[뉴스+] 입사 3년 부장·31세 이사…외국계 유통사 인재정책 명암

오비맥주 GMT, BAT GGP 등 운영
입사하자마자 과장… 어린 나이에 임원 가능성도
일반 직원, 상대적 박탈감 커… 비판 여론도
전문가 “제도 도입 시 조직의 수용성부터 담보돼야”
  • 등록 2021-04-08 오전 11:01:21

    수정 2021-04-09 오전 7:20:09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기업 조직이 젊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고보다는 창의성과 리스크를 감내할 도전정신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20~30대 인사를 임원급 인사에 앉혀 조직을 쇄신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 육성도 중요하지만 현장과의 갈등은 어떻게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오비맥주나 BAT 등 외국계 기업은 ‘깜짝 발탁’이 아니라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젊은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인 반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인사 도전’이 필요하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선 일선 직원의 불만을 해소할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6일까지 ‘글로벌 인재채용’ GMT(Global Management Trainee) 모집을 진행했다. GMT는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AB인베브’의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도입했다. 합격자들은 2개월 인턴 과정을 거친 뒤 18개월간 생산, 영업, 마케팅 세 부서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과장 직급으로 채용된다.

오비맥주 GMT 공고문(사진=오비맥주)
BAT코리아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 GGP(Grobal Graduate Program)을 운용 중이다. GGP로 선발된 신입사원은 입사 후 1년 동안 다양한 부서를 순환근무 하면서 리더십과 업무 역량을 기른다. 마지막엔 2주일 동안 영국 ‘BAT아카데미’에서 비즈니스 및 리더십 교육을 이수한 뒤 귀국해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 매니저는 우리나라 직급으로 과장급 위치다.

GMT나 GGP에는 주로 국내 주요 명문대 및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지원한다. 글로벌 기업 특성상 영어 회화 능력은 대부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회사로서는 해당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젊고 우수한 인재를 보다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사자 또한 3~4년 간 경험과 실적을 쌓으면 본인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오비맥주의 경우 GMT로 입사한 일부 직원들은 20대에 부장 직함을 달고 팀을 이끌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맥주 브랜드 ‘한맥’ 역시 2017년에 입사해 부장으로 근무 중인 GMT 출신 인사가 주도했다. GMT나 GGP는 회사와 지원자 모두 만족하는 윈윈(Win-WIn) 채용제도인 셈이다.

다만 해당 제도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일반적인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 7~8년이 돼야 과장 직급에 올라서는데, 글로벌 인재 전형 출신들은 5년 만에 부장까지 치고 올라가니 일반 사원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비맥주 사내 익명 게시판에선 ‘현장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실행 부서에서 애로사항이 많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실력주의에 기반한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빠른 승진의 기회는 능력 있는 모든 직원들에게 열려 있다”라면서 “실제로 오비맥주의 직원들은 승진에 필요한 필수 근무 연차가 없으며 오로지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받고 승진한다. GMT 출신이 아닌 젊은 리더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인사 제도 도입의 필요성엔 공감하나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선 조직원들의 수용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제도를 도입할 때엔 조직원 전체는 아니더라도 반수 이상은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이 필요하다”라면서 “특히 제조, 유통업의 경우 금융업과 달리 부서 간 협업이 필수인 만큼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제도가 한국의 실정과 맞는 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해외에선 젊고 능력 있는 인재에게 큰 권한을 주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면 책임을 반드시 묻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개념”이라면서 “우리나라 노동 환경은 경직돼 실적에 따라 책임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에선 빨리 승진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것으로만 비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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