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광물채굴규칙 제정 2025년 이후로 미뤄질듯

국제해저기구, 심해광물 채굴규칙 보류키로
심해 니켈 매장량, 육지보다 세 배 이상 많아
환경·中 영향력 우려에 프랑스 등 채굴 반대
  • 등록 2023-07-24 오후 1:42:35

    수정 2023-07-24 오후 2:02:02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제해저기구(ISA)가 심해 광물 채굴에 제동을 걸었다. 해양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심해로까지 광물 공급망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ISA는 지난 17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총회에서 국제심해채굴규칙 제정을 2025년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규칙이 마련되기 전에도 개별 국가는 채굴 사업을 허가할 수 있기 하지만 그만큼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ISA는 심해 채굴에 대한 ‘예방적 중단’(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채굴을 금지하는 것)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다시 총회를 열 예정이다.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커지면서 여기에 필요한 광물을 조달하기 위해 심해 채굴 논의도 최근 불이 붙었다. 망간·리튬·니켈·코발트 등이 뭉친 광물 덩어리인 망간단괴는 1조7000억톤(t)에 이르는 양이 심해에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니켈의 경우 심해 매장량이 육지 매장량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회의는 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가 2021년 7월 심해 채굴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ISA는 개별 국가 정부가 심해 광물 채굴 의사를 밝힌 후 2년 안에 가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ISA는 이번 회의에서 가부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국제심해채굴규칙 제정을 연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포문은 나우루가 열었지만 중국도 심해 광물 채굴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중국은 배터리·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그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 가운데 베이징파이어니어, 차이나머천트, 중국오광그룹 등이 심해 광물 채굴을 준비 중이다.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ISA 회원국 168개국 중 프랑스·칠레·코스타리카 등 24개국이 심해 광물 채굴을 유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채굴 과정에서 심해 퇴적물이 바다 속으로 퍼져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어업 자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심해에 녹아 있던 온실가스가 광물 채굴 과정에서 바다 밖으로 나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지나 가옌 그릴로 ISA 코스타리카 대표는 “우린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채굴을 시작하는 건 재앙이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반대엔 정치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섣불리 심해 광물 채굴을 허용할 경우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할 것이란 걱정이다. 엘사 모렐리아 마르첼리노 데 카스트로 ISA 브라질 대표는 “이 지역의 광물 자원은 인류의 공동 유산이기 때문에 경제적·비경제적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명확한 매커니즘이 있어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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