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돈풀기에 공공부문 7년만에 적자…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

한국은행, 2020년 공공부문 계정 발표
추경만 네 차례…공공부문 50.6조 적자
재난지원금에 일반정부 `역대최대` 44.4兆 적자
GDP대비 공공부문 수지 -2.6%, OECD보단 양호
  • 등록 2021-09-16 오후 12:42:00

    수정 2021-09-16 오후 12:42: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수 차례 지급하면서 공공부문 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적자폭이 50조원을 훌쩍 넘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폭이 가장 커졌다.

추경만 무려 66.8조…중앙정부 적자 72.8조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등 일반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 차감)가 50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6일 서울시내의 한 상점에 코로나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공공부문 수지는 2007년부터 통계가 작성됐는데 2008년부터 2013년까진 계속 적자를 보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경기가 둔화하면서 적자폭이 축소되더니 작년엔 코로나19 위기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적자폭은 2009년 58조원 적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인규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2009년엔 금융위기로 비금융공기업 위주로 적자폭이 커졌고 작년엔 중앙,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을 크게 확대하면서 일반정부 위주로 적자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총 수입은 883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0.6%에 불과,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에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법인세 등의 조세수입이 384조7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했다. 공기업도 매출이 감소, 정부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줄어 재산소득 수취도 4조9000억원 줄어든 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934조원으로 1년 전보다 70조2000억원, 무려 8.1%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09년 10.6%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증가세다. 작년 네 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이뤄진 영향이다. 정부가 민간에게 돈을 쥐어 주는 재난지원금이 늘어나면서 경상이전 지출이 116조3000억원으로 41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최종소비 지출도 349조1000억원으로 20조5000억원 늘어났다.

(출처: 한국은행)


부문별로 보면 일반정부의 재정수지는 44조4000억원 적자로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은 역대 최대다. 총수입은 681조9000억원, 총지출은 726조2000억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1.7%, 11.4% 증가했다. 특히 중앙정부의 재정수지는 72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역대 최대 적자폭을 보였다. 지방정부는 9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수지는 38조3000억원 흑자를 보였다.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 부문 공기업의 수지는 7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적자폭도 전년(6조9000억원 적자)보다 4000억원 커졌다. 코로나19로 국제유가 급락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총지출(설비투자액 포함)이 180조2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지만 운송, 관광, 에너지 관련 공기업 중심으로 매출이 줄면서 총수입도 172조9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이나 감소한 영향이다.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수지는 1조1000억원 흑자로 전년(3조2000억원)보다 흑자폭이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공기업 총수입은 37조원, 총지출은 36조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줄면서 총수입이 2조9000억원 줄었다.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올해는 개선될 듯

역대급 공공부문 적자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선 재정 수지가 양호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1933조2000억원 대비 공공부문 수지가 -2.6%(사회보장기금 제외 수지 -4.6%)를 기록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8%보다 양호한 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나라의 지출이 증가했는데 다른 나라는 명목 GDP까지 감소하면서 GDP 대비 재정수지가 악화했지만, 우리나라는 명목 GDP가 0.4% 증가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공공부문 수지가 개선될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인규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통합재정수지가 20조7000억원 적자를 보여 전년동기(75조6000억원 적자)대비 50조원 가량 적자폭이 줄었다”면서 “통합재정수지와 공공부문 수지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올해는 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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