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그를 맞이한 외무장관 셰이크 사바흐 알 칼레드 알 사바와 함께 걷고 있다. AFP |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카타르 문제 해소를 위해 10일(현지시간) 쿠웨이트를 찾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동맹국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등은 카타르가 테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달 전격적으로 단교 조치했다. 이후 테러 자금지원 감시 체계 구축 협상도 지지부진하며 양측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을 끈다.
미 국무부는 틸러슨이 쿠웨이트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협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석유기업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이곳 걸프 지역과 강한 유대가 있다. 틸러슨 수석 보좌관 R.C.해먼드는 카타르가 거부한 제재 해제 조건 13개항을 검토하는 것을 비롯해 현 대치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쿠웨이트 방문 직후 이해당사자 모두가 최대한 빨리 이곳 갈등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영국-쿠웨이트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카타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치 않다. 아랍 연합이 제재 해소 조건으로 제시한 13개항에는 카타르가 쉽사리 승인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카타르 기반 범 아랍 방송 ‘알 자지라’와 카타르 내 터키 군사기지 폐쇄 등이 대표적이다. 카타르는 오히려 사우디 등이 테러를 구실 삼아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 대결 양상도 있어 상황은 한층 복잡하다. 현 상황은 수니파 중심의 아랍 동맹이 시아파의 중심인 이란을 지지하는 카타르를 억누르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라크에서의 대 이슬람국가(IS) 전쟁과 시리아 내전 지원 등을 위해 중동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선 이곳 동맹국끼리의 긴장 관계 해소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사우디 등 아랍연합과도 동맹이지만 카타르에도 미 공군 기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분쟁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편을 들기는 했지만 중동의 복잡한 정세와 미군의 입장을 고려했을 땐 ‘절충’이 필요하다. 해먼드는 “테러 단체에 대한 자금줄을 원천봉쇄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이곳 갈등이 길어질수록 (테러국인) 이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며 해법 마련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