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주말엔 ‘시끄럽다’ 정도가 아니야… 말도 못 해.”
3일 이데일리가 찾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은 집회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오는 방송과 대중가요 소리로 가득했다. 탁 트인 조용한 시골 마을인 탓에 확성기 소리는 약 300m 떨어진 마을회관까지 울려 퍼졌다.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로 대규모 집회는 금지됐지만, 주민들은 주말마다 집회·시위를 하러 온 외부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3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경호원이 펜스를 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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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앞은 경찰과 경호원들의 철통보안으로 가까이 진입할 수 없었고, 외부인은 건너편 도로에 설치된 펜스 앞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다. 지난달 10일부터 24시간 내내 숙박을 하며 1인 시위 중인 최모(65)씨 또한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한 거리에서 한 달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최씨는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이고 서울에서도 하는 건데 왜 여기만 뭐라고 하는 건가”라고 외쳤다.
인근 주민들은 계속되는 소음 문제로 신음 중이다. 평산마을회관과 사저 인근엔 “당국은! 주민생활권 보장하라!”, “집회로 인하여 노인들 병들어 간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50년째 평산마을에 살고 있다는 70대 주민 A씨는 “주말엔 검정 풍선에 상여까지 들고 퍼포먼스도 하는데 사저 앞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마을회관까지 내려와서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다”며 “조용한 마을이었는데 너무 소란스러워졌다”고 토로했다.
| 3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집회 소음으로 인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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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저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소음측정을 하며 데시벨(㏈) 기준이 넘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딱히 제재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소음 기준을 크게 넘지 않는데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통고 금지 처분이 아닌 이상 대응할 수 없어서다. 이날도 최씨와 보수 유튜버 등이 “문재인 XXX”라며 깃발을 들고 사저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 경찰이 제지하자 “왜 못하게 하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기준이 넘으면 경고를 3회까지 부여하는 방식인데 시위자들이 ‘표현의 자유’라며 지키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며 “법원에서 야간 시간대 확성기 사용을 제한하는 집회·시위 제한 통고를 내서 지금은 밤엔 안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 또한 “소음 기준을 측정해봐도 넘지 않아서 딱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방문객들은 시위자들의 욕설과 소음에 얼굴을 찌푸리며 돌아가기도 했다. 경북 양주에서 왔다는 김모(62)씨는 “하도 시끄럽게 한다고 하길래 와봤는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이건 감옥이겠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방문한 선모(67)씨도 “이렇게 시끄러우니까 잠도 못 잔다고 하지. 아무리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게 맞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 3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건너편에서 한달째 ‘24시간 1인 시위’를 하는 시위 현장이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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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집회차량이 확성기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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