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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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 방문 의사를 밝히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이에 전향적으로 화답하면서 북미정상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는 했지만 현실로 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판문점 드라마의 주인공은 북미 정상이었지만 빛나는 조연도 있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남북미 3국 정상이 사상 최초로 만난 곳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곳도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북미대화 중재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최근 북미간 교착국면의 장기화로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제3차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3국 정상의 회동이 기적처럼 성사되면서 향후 북미대화 재개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당당한 한 축을 맡게 됐다.
트럼프, 김정은에 백악관 초청 의사 전달…김정은, 워싱턴行 수락할까?
3차 북미정상회담은 꿈처럼 이뤄졌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때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에 김 위원장이 호응해서 현장에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미 정상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장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자유의집’은 성조기와 인공기가 함께 배치되면서 실제 정상회담장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1시간에 가까운 48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4개월 만에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셈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차기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회담 이후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 방문 여부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차기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사실상 미국 워싱턴을 염두에 분 발언이다. 미국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은 1·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선정 과정에 북한 수도 평양과 더불어 유력 후보지 중 한곳이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나쁠 건 없다. 미국방문을 선택할 경우 북한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의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는 1석 2조의 카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함께 걸어갔다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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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남북미 정상 3자회동 성사…文대통령 “한반도 평화 큰 고개 넘었다” 감격
화려했던 북미정상간 만남 이면에는 사상 초유의 남북미 3국 정상의 회동이라는 뜻밖의 장면도 연출됐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와 기념촬영을 나눴다.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에 기자들과 문답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오후 3시 51분 자유의집에서 대기 중이던 문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면서 합류했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자리를 하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1953년 한국전쟁 정전선언이 이뤄진지 무려 66년 만에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만나는 역사적 순간이 연출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9월 평양 방문 이후 9개월 만에 김 위원장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후 남북미 정상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처음 당선됐을 때 한반도에 아주 큰 분쟁이 있었다”며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과 함께 노력한 결과 이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런 순간을 마련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북미정상회담 진행되는 동안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회담 종료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 앞에서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생각”이라며 “전세계와 우리 남북 8000만 겨레에 큰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