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회장 일가, 환경보호 단체에 회사 '통째로' 기부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회장 부부 및 자녀 2명
4.2조원 상당 회사 지분 100%, 8월 환경보호 단체에 이전
연간 1400억원 수익도 기후변화 등에 사용키로
쉬나드 "이상적이고 올바른 인생 정리에 안도"
  • 등록 2022-09-15 오후 12:14:57

    수정 2022-09-15 오후 9:44: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적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83) 회장 일가가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통째로 양도했다. 경영 철학에서도 확인된 쉬나드 회장의 환경보호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괴짜 억만장자이자 암벽등반가인 쉬나드 회장이 회사를 포기했다.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가 30억달러(약 4조 1800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호를 위해 특별하게 설계된 신탁 및 비영리재단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쉬나드 일가는 지난달 파타고니아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과 나머지 98% 보통주 전량을 이들 신탁 및 비영리재단에 취소할 수 없는 형태로 이전했다. 쉬나드 일가는 매년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에 대해서도 전액 기후변화 및 전세계 미개발 토지 보호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쉬나드 회장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기부할 것”이라며 “이것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다. 인생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파타고니아는 쉬나드 회장의 개인적인 취미에서 탄생한 회사다.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쉬나드 회장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등반 1세대로 불린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14세부터 암벽등반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이후 대학 재학 및 군 복무 시절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암벽등반을 즐겼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엔 북한산의 암벽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쉬나드는 대학 시절부터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1964년 명예제대 이후 ‘쉬나드 장비’(Chouinard Equipment)라는 회사를 세워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장비는 등반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회사는 미국 최대 등반 장비 회사가 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쉬나드 회장은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해 의류 사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암벽등반을 사랑했던 만큼 회사의 경영 철학엔 환경보호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의류 제품은 유기농·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생산했고, 적자를 낼 때에도 매출의 1%는 항상 환경단체 등에 기부했다.

쉬나드 회장은 목화가 환경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회사 내부 평가에 따라 1996년부터는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지만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유기농 목화를 이용해 더욱 유명해졌고, 다른 기업들에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모범이 됐다.

그가 괴짜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여전히 낡은 옷을 입고, 저가 자동차인 ‘스바루’를 직접 운전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환경보호를 위해선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2011년 NYT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한편 쉬나드 회장의 측근들은 기부액을 늘리려면 기업공개(IPO) 또는 매각을 권고했지만, 쉬나드 회장은 직원 복지와 환경보호라는 기업문화를 지킬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파타고니아는 1970~1980년대부터 자유로운 복장, 사내 어린이집 운영, 유기농 식사 제공, 칸막이 없는 사무실 등 2000년대 이후 IT기업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업문화를 정착시켰으며, 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한 복지에도 신경을 기울였다고 NYT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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