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준명품 매장에서 한국의 절반도 안 하는 가격에 깜짝 놀라 가족·친지 선물용 등 몇 가지 물품을 골랐다. 아무리 가격이 싸다지만 한꺼번에 내기가 부담스러워 3개월 할부로 결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미국인 점원은 내게 일시불인지 할부인지 묻지도 않고 신용카드를 긁어버리는 게 아닌가. 적지 않게 당황한 기자는 다른 고객들의 결제 모습을 자세히 지켜봤지만, 점원은 단 한 명의 고객에게도 결제 방법을 묻지 않았다.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LA) 근교 한 쇼핑센터에서 마음에 드는 겨울 코트를 골랐다. 점원에서 신용카드를 내밀면서 ‘3개월 할부로 결제해 달라’고 했지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결국 또다시 옷값을 한꺼번에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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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홍 뱅크카드서비스 사장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리볼빙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소결제비율은 사용금액의 1% 내외다”며 “리볼빙 이자가 40%까지 올라가기도 하는데 미국인들은 높은 이자를 탓하기보다 ‘비싸면 이용 안 하면 된다’는 인식이 앞서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리볼빙은 이자 상한선이 없어 계속 연체를 하다 보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를 잘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모두 빚이 되어 돌아오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LA에서 8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현범(43) 씨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처음 발급받은 카드 한도가 500달러에 불과했다”며 “꼬박꼬박 제날짜에 결제하고 매월 사용액을 늘리는 등 철저히 자신의 신용도를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