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울 재개발 사업 추진지역 가운데 8곳이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주민 동의를 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서울 관악구 봉천13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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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이 구역들은 재개발을 통해 기존 1704가구에서 총 4763가구로 주택수가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용적률 상향(법정 용적률의 120%까지), 분양가상한제 제외,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조합원 분양물량 이외 물량의 5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공공기관(LH나 SH공사)이 시행사로 참여하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건은 주민동의률이다. 현재 이들 8곳은 모두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분이다. 지난해 공공재개발 사업 신청 당시는 주민 10% 동의만 받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최종 대상지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일반 재개발은 주민동의 4분의 3을 받아야 하지만, 공공재개발(재개발촉진구역은 50%)은 3분의 2이기 때문에 더 쉬운 편”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8곳 대부분이 주민들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된 상황이어서 동의률 3분의 2 문턱을 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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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동의를 얻기 위한 첫번째 관건은 임대주택 비율 문제다. 공공재개발을 하면 용도지역을 변경하기 때문에 사업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흑석2구역은 2종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이 혼합돼 있는데, 전체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용적률이 기존 400% 수준에서 450%로 증가한다. 그만큼 주택을 더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증가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공공재개발 신청을 추진했다 철회한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의 경우 민간주도 재개발을 할 경우 총 326가구 중 일반분양은 122가구, 임대는 58가구다. 반면 공공재개발시에는 분양물량이 90가구, 임대가 90가구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센 것도 문제다. 이번에 선정된 8곳은 모두 역세권으로 상가가 많아 주택 소유주와 상가 소유주간의 다툼도 잦다. 상가주들은 공사기간 3년 동안 임대료 수입이 줄어 보상문제로 항상 주택 소유주와 마찰을 빚어왔다. 상당수의 상가 소유자가 재개발이나 재건축에 회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용적률 상향 등을 담은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숙제다. 공공재개발 정책의 근거가 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오는 3월 신규구역 후보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법안 통과를 해야 서울시도 공공재개발 사업 일정 추진에 부담을 없앨 수 있다. 당정은 도정법 개정안 처리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 지 지켜봐야 한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 실장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사업비·이주비 지원방안 등도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