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취업 제한 실효성 논란 확산…최태원·박찬구 이어 김승연까지 '불똥'

이재용 취업 제한 위반 여부 두고 박범계-시민단체 설전
최태원·박찬구 돌연 회자…김승연은 위반 논란 제기
법조계 "실효성 없는 취업 제한 규정 때문" 지적
"사건별 재범 가능성 판단해야"…"자유 침해·이중 처벌" 지적도
  • 등록 2021-08-25 오전 11:01:10

    수정 2021-08-26 오전 7:22:1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위반 여부를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취업 제한이 적용됐던 다른 주요 재계 총수들까지 다시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그만큼 현행 취업 제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박 장관 역시 당장 언론 플레이에 급급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재계 취업제한논란 확산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비교 대상된 최태원·박찬구…김승연·김정수는 ‘도마’ 위로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후 삼성 경영에 참여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의 취업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은 곧장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 제한 범위 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이 같은 해명은 과거 취업 제한이 적용됐던 다른 재계 총수들에게 불똥이 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취업 제한 기간 한화테크윈에 취업해 보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4년 2일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은 김 회장은 집행유예가 종료된 지난 2019년 2월부터 2년 간 취업 제한 적용을 받았는데, 이 기간 한화테크윈의 미등기 임원으로 등록돼 보수를 받은 게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김 회장의 배임이 인정된 기간이 한참 지난 이후 삼성으로부터 한화테크윈을 인수·설립한 만큼 한화테크윈은 법이 정한 취업 제한 대상 기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법무부는 이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다.

이미 관련 처분을 감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도 돌연 회자 되며 불가피하게 불편한 여론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선고 받고 수감됐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회장직을 유지해 논란이 됐다. 이후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사면·복권됐지만, 박 장관이 이번에 최 회장 사례를 언급하면서 의도치 않게 취업 제한 논란에 함께 오르내리는 상황이 됐다.

박 회장의 경우 취업 제한을 위반한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2018년 11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은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이후 법무부로부터 경고를 받고 취업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박 회장 사례가 이 부회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고, 이에 박 장관은 “다른 케이스”라고 맞섰다. 반대의 경우로 횡령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선고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같은 해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으면서 최근 ‘형평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찬반 떠나 “취업 제한 실효성 없다…언플 대신 개정 먼저”

특경가법 내 취업 제한의 필요성에 대한 법조계 내 찬·반 입장은 엇갈리지만, 현행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부회장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총수들에 대한 논란은 결국 이 같이 모호한 취업 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아예 취업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해당 규정이 당초 목표로 한 ‘보안 처분’의 수준을 넘어 ‘형벌’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어, 기업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이중 처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5억 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범죄로 이미 처벌을 받은 이들이 재차 범행을 저지르지 않게 하도록 하는 예방이 그 목적이지만, 현재 규정은 범죄 유형이나 재범 가능성 등 개별 범죄에 대한 구체적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취업 제한의 범위 및 기간을 정해 사실상 또 다른 벌을 준다는 주장이다.

취업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은 공익 측면에서 다수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기업인들에 기존 처벌에 더해 취업 제한과 같은 추가적인 제재는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 역시 취업 제한 폐지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현재 규정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업 제한 규정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특경가법상 취업 제한 제도는 보안 처분으로 이해돼야 하며, 형벌을 보완해 기업 범죄 영역에 있어 재범의 위험 방지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적극 활용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보안 처분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재범 위험성의 판단 주체 변경과 취업 제한 기간의 탄력적 규정, 임시 직업 제한, 직업 제한 처분의 유예와 취소 도입 등 입법적 보완 작업이 뒤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취업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건을 심리한 판사가 범죄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취업 제한 대상 기업 또는 직업과 기간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그간 취업 제한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던 만큼, 당장 이 부회장 사안을 두고 섣부른 판단 기준을 제시해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정확한 법무부의 가이드 라인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박 장관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취업 제한 관리 주체인 법무부가 재범을 막기 위한 목적에 부합한 기준들을 마련해 제시해야 당사자인 기업인과 기업은 물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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