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금 익어가는 검은 게 별마토인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에 있는 스마트팜 업체 우일팜의 유리온실. 기자의 물음에 현장을 안내하던 유현성 우일팜 대표는 “맞아요. 직접 한번 따보세요”라고 권했다. 열매를 따보니 꼭지가 떨어져 나간 부위에 별 문양이 선명했다. 말로만 듣던 인스타 맞춤형 과일 별마토였다. 느긋하게 생경할 틈이 없다. 유 대표는 “보여줄 게 더 있으니 따라오라”며 손을 이끌었다.
| ▲유현성(오른쪽) 우일팜 대표와 구재현 이마트 토마토 담당 바이어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에 있는 우일팜 유리 온실에서 별마토 재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검게 보이는 열매가 별마토이다. (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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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도착한 온실에서는 젤리처럼 말랑한 젤토마토, 당도를 끌어올린 허니토마토가 영글어가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덜 익은 초록의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었다. “왜 익기 전에 따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초록으로 익는 토마토”라고 백승훈 우일팜 경영지원팀장이 설명했다. 둘러보니 초록, 검정, 노랑, 주황 빛깔 토마토가 가득하다.
기존 토마토 상식을 깨는 풍경이 여기서는 일상이다. 우일팜은 축구장 16개 크기(가로 712m*세로 165m·약 3만2000평)의 유리온실 절반이 넘는 공간에서 이런 이색 토마토를 기른다. 유 대표는 “친절한 토마토를 만들어 소비자와 거리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마토는 불친절하다는 데에서 우일팜의 시도가 싹을 텄다. 물론 토마토가 몸에 좋은 건 널리 아는 사실이다. 항산화에 탁월한 리코펜 성분이 풍부한 터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는 속담까지 나왔다. 칼로리도 낮은 편(100g당 15~20kcal)이라 `핑거 푸드`로 제격이다.
그런데 건강한 맛(미각)을 견디는 건 하루 이틀이다. 여느 과일이나 채소처럼 달지 않으니 경쟁에서 밀린다. 단단(촉각)해서 아이나 노인이 먹기도 여의찮다. 이물감을 남기는 토마토 껍질도 문제다. 과채가 주는 상쾌함을 앗아가는 불청객이다.
하릴없이 소비자 선택을 기다리느니 맞춤형으로 다가간 게 우일팜이다. 개중에 별토마토가 야심작이다. 글로벌 종자회사 신젠타사(社)에서 종자를 사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배하고, 이를 이마트에 독점으로 납품한다. 재배에 들어가는 공을 보면 특별대접이 따로 없다. 유리온실 천장에 난 LED 조명은 꺼질 새 없이 별마토를 비춰 광합성을 도왔다.
유 대표는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별마토에 조명 마사지는 필수”라며 “빛을 풍부하게 비춰 뒷면에 별 문양을 태닝하듯이 남기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 ▲백승훈 우일팜 경영지원 팀장이 지난 22일 경기 화성에 있는 우일팜 유리온실에서 별마토의 뒷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꼭지는 뗀 부위에 별 문양이 선명한 게 이 품종의 특징이다. (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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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배하는 이유는 단지 외관(시각) 때문은 아니다. 이로써 짙은 검은 빛깔을 띠어 안토시아닌(항산화 및 심혈관계 효능) 성분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반응이 좋아 후속작으로 `스타토마토`를 설 이후 출시할 계획이다. 천연의 감미료 스테비아를 별마토에 입혀 단맛을 강화한 상품이다.
젤리마토도 우일팜 대표 작물이다. 표면이 얇아 속이 비칠 듯하고 이로써 탱탱한 식감을 구현했다. 마치 `껍질을 깐` 토마토를 먹는 것처럼 이물감이 없다. 유아나 장년층처럼 이가 약해도 즐기기에 부담이 덜하다. 허니토마토(브릭스 10·당도 측정 단위)는 `맛없다`는 인식을 벗고자 절치부심한 상품이다. 너무 달지 않을지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그래 봤자 샤인머스켓(20)의 절반이고 사과(12~16)보다 싱겁다.
| ▲구재현 이마트 토마토 담당 바이어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의 우일팜 유리온실에서 초록색으로 익어가는 토마토의 발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우일팜은 토마토를 빨강을 비롯해 검정, 노랑, 주황, 초록으로 재배해 시각으로 먹는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사진=전재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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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팜의 시도는 주납품처 이마트의 토마토 매출에 비춰 성공적이다. 이마트 토마토 매출은 지난해 470억원으로 전년(400억원)보다 17.5% 급증했다. 이 기간 이색토마토 매출 비중이 36%에서 49%로 증가한 게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대로면 올해 감귤을 제치고 과일 매출 순위 4위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재현 이마트 과장(토마토 담당 바이어)은 “딸기와 포도가 기존 사과를 밀어내고 과일 매출 1~2위를 다투기까지는 킹스베리와 샤인머스캣같은 품종 다양화가 컸다”며 “토마토도 이색 상품을 발판삼아 딸기와 포도의 뒤를 밟아 주력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