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투표, 혼란 없이 속전속결로…체온측정·거리두기는 생략

1시간 넘게 줄 섰던 5일 사전투표와 달리
비확진자와 겹치는 시간 없이 빠르게 진행
대리 발급 없이 직접 투표용지 받아 기표
  • 등록 2022-03-09 오후 7:21:06

    수정 2022-03-09 오후 7:21:06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확진자 투표’가 진행된 9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또 경신했다. 아침에 이 수치를 접하는 순간 투표 참여를 위한 외출이 혹여나 투표장 내 대규모 혼란이나 추가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확진자 투표 안내 메시지. 사진=노재웅 기자
투표율 현황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 낮 11시 26분이 돼서 처음으로 구청에서 확진자 투표를 위한 안내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①오후 5시 50분부터(읍·면 거주자 및 고령자·장애인·임신부는 5시 30분부터) 외출할 수 있으며 ②도보·자차·방역택시(대중교통 이용 금지)로 이동하고 ③투표 이후 즉시 귀가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로 오후 4시 8분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총 10통의 문자 및 카톡 알림이 왔다.

외출 가능 시간인 5시 50분이 되자마자 집에서 바로 나섰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당시 확진자들이 긴 대기 줄로 인해 고생했다는 소식을 하도 접했기 때문에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해서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투표장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했고, 입장 가능 시간인 6시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했다.

오후 5시 55분경 서울 동대문구 장안2동 투표소 앞에서 확진자 유권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노재웅 기자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서울 동대문구 장안2동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도착해있었고, 방역복을 입은 투표사무원이 밖에서 확진자 안내 문자를 미리 확인했다.

안내 문자를 확인한 이들은 알아서 입구 앞에 정렬했는데 2미터 거리두기가 이뤄지진 않았다. 여기 모인 사람은 모두 확진자들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나도 유증상자이지만, 내 뒤에서 연신 기침을 해대는 사람이 계속 신경 쓰였다.

마지막 비확진 투표자가 빠져나온 6시 4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빠른 입장이었다. 비확진자와 확진자의 동선이 겹치는 일도 없었다. 아무래도 앞선 4~5일 사전투표로 일부 분산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사전투표에는 확진자들이 오후 5시부터 투표소에 도착하게 함으로써 오후 6시까지였던 비확진자들과 1시간이 겹친 것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1시간 넘게 줄을 서며 고생했다는 후일담이 넘쳐났었다.

확진자들은 비확진자 유권자들과 달리 체온측정이나 손소속 없이 바로 입장했다. 사진=노재웅 기자
비확진자들은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측정과 손소독을 한 뒤 입장을 하고 있었는데, 확진자들은 이 과정 없이 바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받았다. 투표사무원에게 체온측정을 안해도 되느냐고 묻자, 확진자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답을 받았다.

장안2동 투표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당연히 한 사람씩 나눠타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좁은 엘리베이터에 4~5명씩 가득 채워 한 번에 올라갔다.

확진자 유권자가 비확진자와 동일하게 일반 기표소에서 기표를 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투표소 안에서 신분증 확인과 투표용지를 받는 과정 역시 특별한 절차 없이 비확진자와 동일하게 빠르게 빠르게 진행됐다.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투표소이기 때문에 사전투표에서 논란이 됐던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역시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또 확진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대리 발급받아 준 뒤 비닐 팩이나 종이상자 등에 담은 뒤 투표함으로 옮겨 논란을 빚었던 사전투표와 달리 오늘은 직접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함에 표를 넣는 일반적인 방식 그대로 투표를 했다.

투표 완료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끝내고 내려오니 투표소 앞은 6시 정각 때보다도 더 한산했다. 이후 더 길게 지켜보진 않았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대규모 혼란 없이 확진자 투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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