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이 말하는 '곰표 콜래보 흥행비결 6'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 상무 인터뷰
"상표만 있고 브랜드 없던 '곰표' 올드함 벗자"
로고 백곰, '표곰이' 캐릭터로 생명력 불어넣어
위트·재미·반전·제품속성·시너지·디테일 6원칙
"브랜드 리빌딩 비결 '연관성'..직접 생산 도전"
  • 등록 2021-06-07 오전 11:00:10

    수정 2021-06-08 오전 8:14:33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올해로 예순여섯살 노구의 하얀 백곰이 유통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1955년생인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가 밀맥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협업 상품을 선보이며 콜래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

대한제분에서 곰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김익규(53) 마케팅본부장(상무)을 만나 곰표 브랜드 ‘리바이탈라이제이션’(revitalization·재활성화)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김 상무는 곰표 브랜딩 성공 비결에 대해 “위트, 재미, 반전, 제품속성, 시너지, 디테일이라는 ‘6가지 원칙’을 지키며 ‘연관성’을 우선한 덕분에 브랜드 리바이탈라이제이션을 이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통업계 전반의 콜래보 열풍과 관련해선 “연관이 없는데 그저 새롭다고 여기저기 콜래보로 가져다 붙여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이미지의 과소비’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곰표 현재 BI(왼쪽)와 상표 로고(오른쪽). 로고 속 백곰 이미지가 최근 곰표 브랜드 리빌딩 과정에서 ‘표곰이’ 캐릭터로 재탄생했다.(사진=대한제분 제공)
장수 브랜드, ‘올드’ 벗고 ‘클래식’ 돼야

대한제분은 1952년 인천에서 설립한 소맥분 제조사다. 옛 창경원(현 창경궁)에 희귀 동물들이 도입되면서 뽀얀 백색의 북극곰과 밀가루의 이미지와 유사한 점에 착안해 ‘백곰’을 상표화했다. 당시만 해도 문맹률이 높던 시절이라 백곰의 이미지를 로고로 활용해 누구나 밀가루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샘표(간장, 샘표식품), 백설표(설탕, CJ제일제당), 부채표(소화제, 동화제약), 제비표(페인트, 제비스코) 등 ‘표’자를 넣어 표준성과 신뢰감을 주는 네이밍 유행에 맞춰 ‘곰표’라고 명명하고 1955년 정식 상표 등록을 했다. 67년째 이어져 오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상표인 셈이다.

곰표라는 상표 자체는 오래됐지만 B2B(기업간거래) 사업이 주력이다보니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없었다. 그렇게 곰표는 그저 낡고 오래된 제품이라는 이미지만 남았고, 이마저도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들 머릿속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김 상무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커져가던 중, 2017년 5월호로 발간된 한 매거진(잡지)에 실린 ‘코리안 클래식 55개 브랜드’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며 “30년쯤 지난 뒤에도 곰표가 살아 있으려면 ‘올드’(old)함을 벗고, ‘클래식’(classic)이 돼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해 가을 브랜드전략 TF팀을 결성하고 곰표 브랜드 리빌딩에 나섰다. 방향성을 위한 코어 아이덴티티(core identity·핵심 정체성)를 ‘즐거운 요리 동반자’로 정하고, 올드함을 클래식으로 바꾸기 위해 ‘레트로’(retro·복고) 콘셉트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 상무.(사진=대한제분 제공)
콜래보 티셔츠로 시작…곰표 밀맥주 ‘대박’

우선 곰표 특유의 폰트(서체)와 상징색을 정립하고, 오랫동안 로고 이미지로 활용해 온 백곰을 캐릭터화 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브랜드명 곰표를 활용해 쉽고 직관적으로 ‘표곰이’라고 명명했다.

대한제분은 이듬해인 2018년 온라인 의류 쇼핑몰 브랜드 ‘4XR’과 콜래보한 ‘빅사이즈 곰표 티셔츠’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덩치가 크고 푸근한 백곰의 이미지를 활용한 최초 곰표 콜래보 상품이었다. 첫 시도였지만 순식간에 완판 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이어 천연 화장품 업체 스와니코코와 협업해 쿠션팩트, 클렌징폼, 핸드크림을 선보였다. ‘밀가루는 하얗다’는 것에 착안해 “하얘진다” 하나만 강조한 콜래보 상품이었다.

CGV 극장과도 손잡고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흘 동안 하루 100개 한정으로 커다란 곰표 밀가루 포대에 담은 팝콘을 단돈 5000원에 팔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를 본 BGF리테일이 ‘러브콜’을 보냈고, 그렇게 2019년 편의점 CU에서만 대형 사이즈로 판매하는 ‘곰표 오리지널 팝콘’이 탄생했다.

다양한 수제맥주와 지역 막걸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점에 착안해 주류 콜래보도 기획했다. 맥주는 ‘세븐브로이’, 막걸리는 ‘한강주조’ 양조장과 손을 잡았다. 그렇게 지난해 ‘곰표 밀맥주’와 올해 ‘표문 막걸리’가 탄생했다. 모두 밀이 원료로 들어가는 연관성 있는 콜래보였다.

특히 편의점 CU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가정용 곰표 밀맥주 캔 제품은 출시 이래 ‘품절 대란’ 돌풍을 일으키며 ‘카스’와 ‘테라’ 등을 제치고 맥주 부문 매출 1위에 오르는 ‘대박’을 쳤다. 최근 들어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가능해지면서 롯데칠성음료 충주 맥주1공장을 통해 생산 물량이 전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면서 매진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롯데마트 온·오프라인에서 단독 판매하는 ‘안녕! 곰표 치킨너겟’과 행사 매대 모습. ‘안녕! 곰표 치킨너겟’은 콜래보레이션이 아닌, 대한제분이 하림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자체 생산해 판매하는 상품이다.(사진=대한제분 제공)
국수·치킨너겟 등 곰표 생산 제품으로 확대

곰표는 최근 커피전문점 할리스와도 협업해 캐릭터 표곰이를 활용한 이글루 모양의 케이크 ‘표곰이 크림치즈 하우스’와 ‘표곰이 아이스크림 크로플’ 2종을 한시 메뉴로 선보였다. 모두 곰표 밀가루로 만들어지는 베이커리다. 대한제분이 베이커리 카페 아띠제를 운영하는 보나비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타깃 소비자 연관성과 시너지 효과를 우선 고려해 기꺼이 경쟁 업체와 손을 잡은 사례다.

곰표는 다양한 콜래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만큼, 이제는 직접 다양한 먹거리 등을 생산하면서 소비자와 적극 만난다는 방침이다. 곰표가 최근 직접 생산해 선보인 ‘곰표 오리지널 국수’와,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에 OEM을 통해 지난달 27일 새롭게 출시한 ‘안녕! 곰표 치킨너겟’이 그 첫 사례다. 너겟 명칭에 ‘안녕!’이란 글자를 붙인 이유도 ‘곰표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예 윤디자인그룹 계열사 엉뚱상상과 협업해 ‘곰표 폰트’를 만들고 일반인들에게 무료 폰트로 배포하고 있다.

김 상무는 “곰표는 앞으로 ‘곰, 문을 열다’라는 새 슬로건과 함께 고객 로열티(충성도)를 넘어 팬덤(fandom)으로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며 “곰표가 의식주 문화를 주도하는 ‘즐거운 컬처 브랜드’이자 ‘클래식’이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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