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루비이통 말레띠에)’, ‘LX TECH’, ‘LX 인베스트먼트’. 특허청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서 ‘LX’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수백 건(등록 기준)의 상표 가운데 ‘LX’라는 글자부터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대표 사례들이다.
최근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신설 지주회사도 이 ‘LX’를 사명으로 확정하고 상표 출원도 마쳤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LX를 영문 약칭으로 써온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G(003550)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명이 확정될LG 주주총회가 다가올수록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미 LX를 상표로 등록한 업체들이 다수 있는데 국토정보공사가 유독 LG에만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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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가 도대체 뭐길래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정보공사는 지난 23일 “LX 상표의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LG 측에 전달했다. 국토정보공사 이사회가 지난 19일 LG 신설 지주사가 사전협의 없이 사명을 결정하고 상표출원을 강행한 데 대해 법률적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법률 검토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사명 논란’은 지난 11일 LG가 “오는 26일 열리는 제59기 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지주사 분할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공시하면서 불거졌다. LG 측은 ‘LX’라는 상표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사 상표는 로고와 디자인, 색상 등이 명확히 구분돼 오해 소지가 적고, 사업 내용도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하자 양측은 지난 16일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실무진 협의를 진행했다. 분위기도 썩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엿새 만인 지난 22일 국토정보공사가 LG신설지주사의 사명 사용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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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토정보공사가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은 ‘상표권’과 관련돼 있다. 현재 LG신설지주사는 ‘LX 홀딩스’을 포함해 계열사 상표를 100건 이상 출원해 놓은 상태다. 심사를 거쳐 최종 등록이 되기까진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상표란 사업자가 자기가 취급하는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하여 상품에 사용하는 표지다. 상표법에 따르면 ‘LX’와 같이 알파벳 두 자(字)로 이뤄진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으며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갖춰야 상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LX’가 들어가는 상표를 쓰는 곳은 국토정보공사가 유일했던 걸까.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에서 ‘LX’라는 상표를 검색해보면 1000건 이상이 쏟아진다. 이 중 최종 등록된 상표는 500여 건이고, 단순히 LX가 일부 들어간 상표가 아닌 ‘LX’를 대표로 쓴 상표만 추리면 그 숫자는 줄어든다.
국토정보공사 측은 LG신설지주사의 경우 위 사례들과 달리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라는 입장이다.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LG그룹은 워낙 인지도가 있는 데다, 사업 영역이 겹칠 우려가 없는 다른 곳과 달리 LG신설지주는 훗날 사업 확장에 따라 영역이 겹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강경 대응 이유는 대내외적 상황 때문?
현재 특허청이 관련 상표를 심사하고 있으니 그 결정을 기다려 보고 대응해도 되지 않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아직 등록도 아닌 출원 단계인데 국토정보공사 측이 섣부르고 과도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 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최종 등록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LX로 사명이 사실상 확정돼 쓰이기 전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특허청 이의제기도 절차상 현 시점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토정보공사의 강경 대응이 대내외 환경과 관련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정보공사는 최근 사상 초유의 ‘한 지붕 두 사장’ 상황을 맞았다.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 등으로 지난해 해임된 최창학 전(前) 사장이 해임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업무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직 내 의사 결정에 변화가 생겼거나 내부 분위기 환기를 위해 외부 문제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것.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눈치를 살펴 ‘면피성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관심이 큰 이슈인 만큼 국토교통부가 관할 공공기관인 국토정보공사에 경위를 묻거나 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응이라도 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