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D-1 대립 심화…합의는 '물거품'

서울시, 26일 예정대로 '기억공간' 철거 진행
물품 정리하려는 서울시에…유족 강하게 반발
철거 전날까지 양측 '합의' 없이 현장서 대치
  • 등록 2021-07-25 오후 4:40:35

    수정 2021-07-25 오후 4:40:35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 철거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시와 유족 측의 대립이 여전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기억공간 내부 물품과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사흘 연속 유족 측이 이를 막아서며 철거 작업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철거 하루 전날까지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서울시는 예정대로 26일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오후 세월호 광화문기억공간 앞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관계자들과 전시물 정리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나흘 앞둔 2019년 4월 12일 개관했다. 서울시가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운영된 분향소 등을 철거하는 대신 희생자를 기리는 기억공간을 마련하면서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앞두고 서울시는 지난 5일 유족에게 기억공간을 26일에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원래 2019년 말까지 기억공간을 운영할 예정이었는데 유족 측이 요청해서 연장 결정했다”며 “다만 2020년 말까지 광화문 광장 사업 일정이 나오지 않아도 기억공간의 운영이 종료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공간의 물품을 치우기 위해 지난 24일에도 현장에 갔지만, 유족의 반발로 돌아왔다는 이 관계자는 “유족과의 몸싸움은 최대한 피해서 물품을 철거할 계획”이라며 “철거가 지연될수록 (광화문 광장) 공사 일정도 지연돼서 보행 불편 등 시민 피해가 커진다”고 기억공간 철거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억공간을 세종로 공원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공사 후에 재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뜻을 서울시에 전했다. 이들은 지난 17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통해 철거 이후 계획에 대해 의논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이러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세월호 관련 단체는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해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성욱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서울시가 공사를 못하도록 막는 게 아니다”라며 “기억공간 철거는 인정하되 다만 그 이후에 (기억공간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대화로 해결해나가고 싶은데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은 기억공간 철거와 관련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이전 및 재설치는 애초에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미 서울시 예산으로 온라인 이벤트나 추모 콘서트도 4년째 꾸준히 진행하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서울시는 기억공간의 사진과 물품은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하고 2024년 5월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 완공되는 추모시설에 이전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지난 24일 서울시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시도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민변은 인권위에 기억공간 철거 중단과 시설의 재설치 방안 등 후속 계획을 수립·집행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권고해 달라는 진정과 함께 긴급구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후 세월호 광화문기억공간 앞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관계자들과 전시물 정리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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