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서 20대 대선 사전투표 사무 업무를 본 공무원 A씨는 “선거는 공무원 강제동원 업무 중 최고 기피 업무인데, 올해 대선은 유난히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공무원 B씨는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소에서 일한 동료들도 엄청 고생한 모양”이라며 “시간은 제한됐는데 몸 안 좋은 분들은 강풍에 줄을 길게 섰고, 부정선거 아니냐고 따지고… 현장 공무원들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욕받이가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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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최고통치자를 뽑는 대선은 임시공휴일로 대다수 유권자에겐 쉴 수 있는 ‘빨간 날’이지만 공무원들에겐 달갑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3년차인 올해 대선은 기존 업무에 방역 업무까지 계속해온 상황에서 선거 투·개표 업무까지 떠맡아 피로도가 극에 달한 지경이다. 여야 초박빙 판세에 유권자들은 잔뜩 예민한데,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까지 커지면서 선거 투·개표 업무에 투입된 지방 공무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 받고 ‘반강제’로 일하지만 욕만 먹는단 하소연들이다.
공무원들은 투·개표 업무 수당이 노동강도에 비해 낮다는 점도 불만이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투표사무원은 일당 12만1000원, 개표사무원은 13만4000원 수당을 받는다. 보통 투·개표 사무원은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일하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최저 시급인 9160원에 못 미친다. 실제로는 개표 상황 등에 따라 14시간 이상 일해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을 받고 있단 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측 주장이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선거날은 새벽 5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집이 멀거나 차 없는 직원들은 근처 모텔이나 동료 집에서 잔다”며 “공무원 생활한 지 13년이 넘었는데도 매번 선거 당일엔 잠을 2~3시간 밖에 못자고 하루 종일 소화불량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대선 끝나고 또 6월 지방선거가 있어서 벌써 머리가 지끈하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전공노는 지난달 1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는 기초자치단체에 요청하면 지방 공무원들이 마치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공적 업무인 것처럼 호도했다”며 “강제노동을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정부와 선관위에 “선거사무종사자의 위촉과 처우에 있어서 인권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동의 없는 투·개표 업무는 불법”이라고 11만여 명의 부동의서를 모으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에 선관위도 난감한 입장이다. 선관위 측은 “선거 사무 이해도가 높고 주민과 밀접한 현장 행정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투·개표 사무원에 지방 공무원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처우 개선과 동원 인력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