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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다가 한 댓글을 보고 울분이 터졌다.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 탓에 3주째 가게 문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를 향해 뱉어내는 가시 돋친 말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은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폐업 직전 내몰려”…거리두기 2.5단계에 늘어난 고통
수도권을 시작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던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일주일 연장 조치에 또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지정한 집합제한·금지업종에 포함되는 업종에선 매출 악화를 넘어 폐업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는 성토가 나온다.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PC방, 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코인노래방 업주 40대 김모씨는 “열흘 전쯤 폐업을 결정하고 가게를 내놨지만,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임차료·관리비 등을 그대로 내고 있다”면서 “기한도 정해놓지 않고, 보상책 하나 없이 문을 닫으라고 하니 너무 앞이 깜깜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경기 안양시에선 25년간 주점을 운영하던 6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의 주점은 방 두 칸짜리 소규모 업소로, 그는 집합금지 명령 이후 넉 달째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이 남긴 유서엔 ‘코로나19로 인해 가게 영업이 어렵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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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희생 당연시 말아야”…일부 업종, 정부에 대책 요구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여부를 결정하던 날, 정부 발표가 나올 때까지 인터넷으로 계속 확인했다”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영업시간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방역이 성공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이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업종에선 당장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PC방 영업중단에 따른 고정 비용과 생계비를 고려해 휴업 보상비를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이 없다면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 같은 목소리에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당·정·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계층을 위해 긴급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청년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피해 발생이 큰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