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유명 바에 들른 한국인 A씨가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에게 최근 들은 말이다. 우리나라 말 ‘맑은 아침’과 함께 해태 문양이 깃든 알록달록한 포장지의 이 제품은 다름 아닌 숙취해소제다.
유럽인들은 술을 마신 뒤 햄버거와 같이 기름진 음식이나 수분 섭취를 위한 전해질 파우더로 아침을 맞이한다. 이들에게 숙취해소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특히 전통 한방 기법으로 만들어진 숙취해소제는 더더욱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한류 영향과 함께 사회 생활과 여가 생활 간 밸런스를 맞춰주는 제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제품에 영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데일리는 영국 런던에서 한국 전통 숙취해소제를 만들어낸 어웨이큰(AWKN)의 테스 킴(Tess Kim·김정현)·숨 킴(Soom Kim·김수민) 대표를 만났다. 자매 창업가인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유럽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언니인 테스 킴 대표는 지난 2010년 쿠팡의 초기 멤버로써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와튼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눔을 거쳐 위워크 코리아 창업 멤버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성장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동생인 숨 킴 대표는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아디다스, 딜로이트 등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중점 업무 경험을 쌓았다. 서로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게 된 이들 자매는 동서양 시장을 동시다발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런칭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 아래 해외 창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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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매가 숙취해소제로, 그것도 한국이 아닌 영국 스타트업 씬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테스 킴 대표는 “위워크 영국 지사로 전근을 갈 기회가 생겨 자리를 옮겼었는데, 한국에서 영국에 들어올 때마다 주변 지인에게 한국 음식과 뷰티 제품, 영양제 등을 선물로 종종 나눠주고는 했다”며 “그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 숙취해소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알고보니 유럽 시장에는 수분 섭취를 독려하기 위한 이온 및 전해질 파우더는 존재하지만, 숙취를 겨냥한 제품은 거의 없었다”며 “마침 전근을 온 이후 팬데믹이 터져 사업 개발에 매진할 기회가 주어졌고, 우리나라 전통 한방 기법을 이용한 숙취해소제를 개발해 외국에 널리 소개하자는 마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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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KN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여곡절 하나 없이 매끄러웠을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만은 않았다. 테스 킴 대표는 “아무리 2개 국어가 가능하고 문화적 이해가 높다고 해도, 외국에서의 창업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내국인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행정기관 업무 프로세스가 우리나라와 달리 통일화되지 못해 사업적으로 신경쓸 것이 많다는 점, 한영 국가간 협력 관계가 한미 대비 아직 진전되는 단계라 관련 도움을 받을 리소스가 덜하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외 창업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매 순간 주어지기 때문에 겸손해지면서도 당차게 밀고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며 “스스로 헤쳐나가다 보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AWKN은 현재 프리 시드 라운드를 돌고 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은 AWKN의 시장성과 차별점에 점수를 주며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숨 킴 대표는 “한국스러움을 담은 AWKN의 정체성 자체가 타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라며 “투자를 유치한 후 제품군을 늘리고, 지리적으로도 유럽을 넘어 북미권까지 접점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AWKN은 현재 영국 아마존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9월 말에는 미국에 제품을 런칭하며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 내년부터는 현지 호텔 바와 레스토랑과 협력해 제품을 노출한다는 게 이들 자매의 계획이다.
테스 킴과 숨 킴 대표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일까. 이들 자매는 “서양인들이 AWKN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이 최종 꿈”이라며 “음악과 영화는 그간 동서양을 연결해왔으나, 한국 제품은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헬스케어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이러한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