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량리 집창촌 사라진다…서울시 보전계획 없던 일로

서울시, 당초 청량리 4재정비촉진구역에 역사문화공간 조성 보류
청량리 옛 흔적 남기는 테마공간으로 예정했지만 주민들 반대
  • 등록 2020-11-25 오전 9:25:08

    수정 2020-11-26 오후 11:22:08

90년대 말 청량리역 일대 모습.(사진=동대문구청 제공)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집창촌 건물을 보전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었던 ‘청량리 620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 전면 보류됐다.

25일 서울시의 제12차 도시재정비위원회 개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청량리4재정비촉진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및 경관심의(안)에 대해 보류를 결정했다.

주요 내용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620-51번지 일대의 토지이용 계획 변경과 지상 및 지하 연결통로 신설 등이다. 이로써 서울시가 추진했던 ‘청량리 620역사문화공간’ 조성은 전면 폐지된다.

앞서 서울시는 과거 서민 문화가 엿보이는 한옥 여인숙을 체험하고 옛 정취를 살린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여행자들이 오갔던 청량리의 옛 흔적을 남기겠다는 취지다. 이 지역은 예전 여인숙이 많아 ‘여인숙 골목’으로 불렸다.

옛 느낌을 살린 식당, 카페, 주점 등을 조성해 과거 서민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핵심은 역사생활문화공간에 활용될 한옥 1채가 과거 성매매 업소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역사생활문화공간 예정 부지는 3160㎡ 규모로 한옥 12동, 벽돌건물 4동이 있다. 대부분 여인숙으로 쓰였던 건물들이다.

예전 성매매 집결지는 아파트로 바뀌면서 이미 철거가 완료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단 한 채라도 성매매업소로 이용된 적이 있는 곳을 남겨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글이 올라와 8003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에서 여성 성 착취의 민낯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청량리588’과 주변의 여인숙은 도대체 어떤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이냐”며 “건물의 골조만 남기고 리모델링한다고 하는데, 외관만 바꾼다고 암울했던 과거의 얼룩까지 지울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역사문화공간 계획 폐지를 두 팔벌려 환영하고 있다. 한 주민 관계자는 “620지역이 복원돼 남겨진다면 어두웠던 집창촌의 흔적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고통의 흔적이 되고 더 나아가 동대문구 전체를 발목 잡을 수 있었다”며 “주민 모두가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량리 620역사문화공간 변경안이 아닌 당초 공원계획 안건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또 다른 안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 다음주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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