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재 민사고 설립자 별세…향년 95세(종합)

英 이튼스쿨 모델로 민사고 설립
파스퇴르유업 수익금 학교에 출연
서울아산병원서 학교장으로 장례
  • 등록 2022-06-26 오후 6:03:48

    수정 2022-06-26 오후 6:03:48

최명재 민사고 설립자(사진=민사고)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최명재 민족사관고(민사고) 설립자가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27년 전라북도 만경면 화포리에서 태어나 만경보통학교, 전주북중, 서울대 경영대학의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상업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이후 택시 운전기사로 전직했다가 1960년대에 직접 운수업(성진운수)을 일으키면서 기업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1987년에는 환갑의 나이로 강원도 횡성에서 파스퇴르유업을 창업하며 낙농업에 뛰어들었다. 파스퇴르유업은 국내 최초로 저온살균 방식을 도입했으며 기존 유가공업체와 경쟁 끝에 창업 1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성장했다. 고인은 파스퇴르의 매출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1996년 민사고를 설립하고 매년 사업 수익금의 대부분을 학교 운영을 위해 출연했다. 지금까지 최 설립자가 민사고를 위해 내놓은 누적 출연금은 1000억원에 달한다.

고인은 생전에 영국의 이튼 스쿨을 방문, 넬슨 제독의 전승기념일 행사를 보고 이튼보다 좋은 명문고를 세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민사고 설립 초기 직접 교장으로 취임해 “창조적인 천재 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학교를 만들고 영재를 교육해 장차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게 한다면 나로서는 수천, 수만 배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학교를 설립하려면 학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기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파스퇴르유업에서 나온 수익금을 민사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고는 설립자 뜻에 따라 개교 이후 학생들의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면 무상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모기업인 파스퇴르유업이 1998년 1월 외환위기로 부도를 내고 2004년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되면서 민사고도 등록금·기숙사비를 받는 학교로 바뀌었다.

최 설립자의 장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오는 28일 오전 9시 민사고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 2녀가 있으며 장남인 최경종 민사고 행정실장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 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 발인은 오는 28일 6시 20분이다. 장지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민사고가 자리한 덕고산 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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