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시행까지 4개월…檢 ‘최후의 수사’ 속도전 나서나

검찰청법 개정안 국회 통과…형사법 통과도 기정사실
개정안 시행, 공포 4개월 뒤부터…9월까지 수사 가능
법조계 “친文 성향 검사장, 기소 결재 제동 걸수도”
  • 등록 2022-05-01 오후 4:37:28

    수정 2022-05-01 오후 9:29:08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오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본회의를 통과하고 같은 날 임시국무회의서 공포될 전망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5년간 저지른 비리를 뭉개려는 ‘방탄입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공포 4개월 뒤부터 시행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9월 초까지는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만큼 이 기간에 대표적인 정권 비리 의혹으로 꼽히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사건 등의 수사를 매듭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가장 주목되는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의 ‘적폐’로 지목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경제성 평가 자료를 조작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는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긴 데 이어 배임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해왔다. 백 전 장관의 배임죄가 성립되면 비싼 값에 전기를 사 손해를 본 한국전력의 주주들은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게 된다.

지난해 8월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 불구속 및 수사 중단 권고를 의결했지만, 수사팀은 권고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해왔다. 결국 ‘문정권 방탄총장’ 논란을 빚었던 김 총장은 최근 두 차례 사직서를 제출하며 일선에서 물러났고,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수사팀은 정치적 부담을 덜고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이 임명한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무총리실 등 각 부처 산하 기관장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일단락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해당 사건 수사는 지난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됐지만 이후 수사팀 주요 인력들이 좌천성 인사 등으로 흩어지면서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검찰은 지난 3월 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 8곳을 겨냥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기관장 인사 관련 부서에서 압수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5일 문재도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백창현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관련 참고인들을 연이어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미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수사의 향배에도 시선이 쏠린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고 4개월 뒤 항공 분야 경력이 전혀 없었던 문 대통령의 사위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된 것에 대해 ‘대가성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며 지난해 5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선 탈락한 이 전 의원이 문 대통령 집권 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중진공 이사장에 오르고, 총선에선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되는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꿰찬 점도 ‘대가성’ 의혹을 더했다.

이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말 전주지검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면서 중단됐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의 자금 횡령 의혹과 연관된 태국 법인 회사인 타이이스타젯의 박석호 대표를 이미 수차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친(親) 문재인 정권’ 성향의 검사장들이 기소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일선 평검사들은 남은 4개월 동안 총력을 다해 공들여온 수사의 결론을 내고 싶겠지만 문제는 기소의 결재권을 차장검사가 쥐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친정권 성향의 간부들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기소를 미루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 변호사는 이어 “그들은 이미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승부’를 건 인사들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다고 태도를 바꿀 이유도 없다”며 “고위급 인사를 통해 그런 ‘정치검사’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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