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이에 조합은 10일간 공사가 중단될 경우 시공사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단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이 지연될수록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6000여명의 조합원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합 보류지 확대..장기전 돌입
지난 16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총회를 열어 지난 2019년 12월 총회에서 가결된 ‘공사비계약 변경의 건’을 취소했다. 조합원 4822명(서면결의 4575명) 중 찬성 4558표를 받아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됐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조합원들을 기망해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공사는 2019년 12월 총회 의결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2019년 의결된 안건을 아예 취소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합은 ‘공사비계약 변경의 건 취소’ 안건 외에도 보류지를 19개에서 101개로 늘리는 방안도 통과했다. 또한 1200억원 규모의 조합원 펀드를 모집하고, 101개의 보류지를 담보로 사업비를 조달키로 했다. 보류지 1채당 20억원 가량의 사업비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법적 분쟁 등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 채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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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합 집행부는 시공사 계약 해지까지 검토 중이다. 지난 13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대의원회의를 열어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해지’를 통과시켰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간 이어질 경우 별도 대의원회 없이 이사회 의결로 총회를 열어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대출만기 7월 도래..금융비용 눈덩이 될라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지연으로 양측 모두에게 손해라는 지적이다. 예정보다 입주 시기가 늦어지면 시공단은 지체 보상금을 내야 한다. 지체 보상금은 전체 공사비인 3조2293억원의 0.1%씩 매일 발생하며 최대 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최대 1615억원까지 보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주비 대출이자와 사업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조합이 현재 금융권으로부터 대여하고 있는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2800억원, 사업비 대출은 7000억원 가량이다. 오는 7월, 8월 만기가 도래한다. 이주비 대출이자의 경우 이미 지난 1월부터 조합원 각자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합이 사업비를 통해 이주비 대출 이자를 충당했지만 올해부터 시공단이 사업비 지원을 중단했다.
조합 집행부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한 금융기관과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금융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주비 대출 이자율만 해도 4.3%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사고 조합으로 낙인 찍혀 만기 연장이 거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조합원들이 일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사업비 증가로 추후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합원 B씨는 “3억5000만원 가량 이주비 대출을 받아 놓은 상황인데 전세금은 올랐고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면서 “처음에는 시공사의 횡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사까지 중단되고 소송까지 제기된 지금 상황에서는 원만한 해결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