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깜깜해진 조국 청문회…與野, 협상 없이 ‘네 탓 공방’(종합)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가까스로 일정이 합의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결국 증인 채택 문제를 풀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무산위기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 떠넘기는 과정에서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위(自慰) 논평’을 두고 민망한 성희롱 공방까지 벌어졌다.

오신환 중재안 냈지만…민주당 “가족 안돼” 반복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 부인과 동생을 제외한 다른 가족의 채택을 요구를 철회하겠다”고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미 한국당이 증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던 조 후보자의 딸 외에도 웅동학원 이사장인 조 후보자의 모친과 동생의 전처(前妻)도 제외할 수 있단 얘기다.

오 원내대표는 “입시부정·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와 관련 부인과 동생의 증인 채택만큼은 수용하기 바란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에 인사청문회 개최 및 진실 규명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중재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가 후보를 검증하는 자리지 가족을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며 “가족을 심문해서 후보를 압박하는, 후보와의 진실을 둘러싼 정면대결을 피하는, 그것은 비겁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가족 증인 채택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반복했다.

여야는 이날도 청문회 무산위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야당이 청문회 의사일정을 제때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의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2·3일에 인사청문회를 하려면 지난달 29일에 증인을 협의했어야 했다. 그때 누가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했나”라며 “핵심 증인도 없는 가짜 청문회를 하는 것이 대체 뭔가. 청문회쇼 밖에 더 되나”라고 반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신청한 이유는 핵심 증인인 가족의 출석을 방해하고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무산시킨 뒤 국민청문회라는 이름의 정치쇼로 진실을 호도하고 조국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지난주 법제사법위원회를 일방적으로 끝내고 어제는 장외로 뛰쳐나가 국민을 선동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말과 행동이 심하게 다르다. 한국당이 진정 원하는 것은 후보자의 진실된 시간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與, 당일 극적 타결도 내심 기대…여야 ‘자위공방’에 눈살

민주당에서는 청문회 예정일인 2일 오전이라도 여야가 극적으로 타결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송기헌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이날 “오늘이나 내일 오전에 법사위 전체회의를 해서 인사청문회를 할 수 있다. 실제로 4건을 그렇게 했다”며 “오늘 안되면 내일 오전 10시에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채택하면 (2일에)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일정 협의는 절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여야는 조 후보자 논란 연장 선상에서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의 ‘자위논평’을 두고 낯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또 다시 드러난 조국의 위선, 더 이상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 보며 자위나 하시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지지자들에게 받은 꽃다발에 감사의 뜻을 밝혔던 것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위는 ‘스스로 위로한다’는 뜻의 한자어지만, 수음(手淫)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며 “중의적 표현이라지만 맥락상 이는 명백히 조 후보자를 조롱하고 성적 희롱하는 표현이며,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변인은 “어찌 민주당은 ‘지지자들이 보내준 꽃이나 보며 그간의 위선을 위로하시라’며 자위하라는 충고에 성적 단어만을 연상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