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반복''이다

2007년, 60년대 복고의 습격
  • 등록 2007-01-04 오후 12:37:04

    수정 2007-01-04 오후 12:37:04

[조선일보 제공] 크리스챤 디오르 ‘진화’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반복’될 뿐이다. 그들이 ‘영감’(inspiration)이라는 용어로 멋지게 치장하고 있을 뿐. 뉴욕·파리·밀라노·런던 등 4대 유명 컬렉션은 매 시즌 새로운 소재에, 특이한 재단에, 파격적인 감각으로 중무장 하고 있지만, 패셔니스타들이라면 금방 ‘아, 몇년 전 느낌과 비슷하군…’이라고 내뱉을 것이다. 패션은 돌고 도는 것이기에. 오죽하면 ‘패션 주기 증후군’(fashion cycle syndrome)이란 말이 생겼을까.

이런 식이다. ‘히피’룩이 인기를 끈 다음 10년 뒤 ‘귀족풍’이 대세를 이루고, 그 다음 10년 뒤 둘이 결합해 ‘히피귀족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다. ‘패션 주기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유행에 뒤쳐지진 않지만, 절대 앞서지도 못하는 터라 현 시점에 적응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경향까지 보인다고 한다. 때문에 10년 전 옷을 버리지 못하고, ‘언젠간 또 입을 거야’라는 굳은 마음으로 옷장을 마지막까지 고수하는 부류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7년을 대비하는 그들의 자세는 어쩌면 부모님 옷장을 미치도록 뒤지는 데서 시작할 지도 모르겠다. 이번 봄·여름 패션 경향이 ‘60년대로의 회귀’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모더니즘의 시작. 지난 시즌 1980년대 과장된 복고풍의 감성에 젖었던 패셔니스타들이라면, 이번 시즌엔 한결 정갈해진 미니멀리즘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플라워 프린트나 자연의 형상을 모던하게 해석하는데, 이런 트렌드는 셔츠나 팬츠보다 원피스에서 두드러진다.

어머니 옷장에 초미니 드레스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면 당장 꺼내올 것. 196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 트위기가 주로 입었던 엠파이어 라인 초미니 드레스를 떠올리면 될 듯. 잔꽃무늬가 새겨진, 어찌보면 ‘촌스러운’ 쉬폰 블라우스도 당장 선점하라. 크림, 겨자, 연한 쑥색, 연노랑 풍이면 완전 ‘땡’잡은 셈이다. 이번 시즌 최고 유행 아이템이 될 테니.

샤넬, 베르사체, 질 스튜어트 등에서도 이런 60년대 경향은 뚜렷하게 발견된다. 과장된 실루엣의 옷은 버리는 게 낫다. 단순한 라인의 재킷이라면 지금 꺼내 입어도 OK. 비틀스로 대표되는 ‘모즈룩’의 슬림한 라인이 특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던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마저도 ‘Back to basics’를 내걸고 심플하고 포멀한 디자인을 강조, ‘얌전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까.

스타일링 업체 ‘아이리스 멤버스’의 박창모 대표는 “보다 친근하고 익숙한 노스탈직(향수) 무드가 이번 시즌을 지배했다”며 “단순하면서도 테크니컬한 소재의 혼용, 은은하게 걸러낸 듯한 광택, 소박한 핸드 워크 등 깔끔한 세련미가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블루걸/ 블루걸/ 질 스튜어트

왜 1960년대 일까.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패션 주기는 10년이다. 50년대 뉴룩, 60년대 모더니즘, 70년대 디스코풍, 80년대 그런지 글램룩, 90년대 무채색 풍이 주를 이루면서, 매년 10년을 주기로 과거의 스타일이 교차, 변용됐다.

그런데 2000년대는 한마디로 ‘레트로(복고)’다. 그중에서도 개성 강한 60년대 풍과 80년대 풍이 패션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재미있게도 교차해서 말이다. 2000년과 02년, 04년, 06년은 80년대 풍이, 2001년과 03년, 05년, 07년은 60년대 풍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패션 칼럼니스트 리사 암스트롱은 “패션은 극과 극이 맞닿을 때 가장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당시의 치열한 ‘전쟁’과 현재 ‘불황’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이와 반대되는 우아한 여성미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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