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면서 잘 나가던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AI 분야의 권위자인 젠슨 황 CEO의 발언이기에 시장은 단순히 개인적인 견해가 아닌 무거운 메시지로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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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손에 쥐고 있던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최근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지난 8일 기준 아이온큐는 하루에만 39% 떨어지고 리게팅 컴퓨팅과 퀀텀 컴퓨팅은 각각 -45%, -43%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아이온큐를 3배로 추종하는 영국 런던거래소의 아이온큐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은 수익률이 -100%에 수렴하면서 청산되기도 했죠.
특히 아이온큐는 서학 개미들이 3분의 1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라 한국 투자자들의 피해가 유독 컸습니다. 서학 개미는 지난 7일 기준 아이온큐 주식을 30억 9016만달러(약 4조 515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으나 하루 만에 18억 7320만 달러(약 2조 7500억원)로 거의 반 토막 났습니다.
알란 바라츠 디웨이브 퀀텀 CEO는 젠슨 황 CEO 발언에 대해 “어닐링 모델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시장의 충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냉각시키며(에너지를 낮추며) 해를 찾는 과정인 어널링 시스템은 특정 상황에서만 유용할 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게이트 기반 양자 프로세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자컴퓨터 기술이 미래를 이끌고, 수익 모델로 구체화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젠슨 황 CEO의 발언으로 시장이 냉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실제 우리의 미래를 바꾸게 될지, 공상과학에 불과한지 투자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셈입니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은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급등했지만,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1980년대부터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전통적인 컴퓨터가 사용하는 비트(bit) 대신 큐비트(qubit)를 사용해 정보를 처리하기에 오래 걸리는 계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비트가 0 또는 1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지만,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상태가 가능해 동시에 여러 가지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널리 알려진 개념입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암호학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현존하는 암호체계를 모두 풀 수 있다는 위기감은 정부 인프라, 국방, 금융업까지 번졌습니다. 양자컴퓨터는 가상화폐의 블록체인 기술까지 무력화할 수 있다고 하죠.
이렇게 시작된 양자컴퓨터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술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AI 붐이 불면서 양자컴퓨터 관련주도 부각이 됐었죠. 고체 큐비트보다 높은 안전성을 가진 이온 트랩 기술력을 보유한 아이온큐는 지난해 237% 급등했고, 초전도 큐비트를 기반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리게티 컴퓨팅은 지난해만 1449% 폭등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퀀텀 컴퓨팅과 디웨이브 퀀텀도 각각 1712%, 854% 올랐었죠.
올해에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 오류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구글은 이러한 오류를 큰 폭으로 줄였다고 밝히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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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AI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AI도 상당히 오랜 기간 미래 기술로 언급됐지만, 현대적인 ‘AI’ 용어는 1956년 다트머스 학회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AI는 컴퓨터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았으며 1970년대부터 AI의 초기 발전 모델이 만들어지는 등 개념이 점차 다듬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2016년 알파고 등을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의 신호탄을 알렸죠.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AI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까지 AI 기술 개발을 시도한 수많은 기업이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AI를 짚어본 이유는 양자컴퓨터의 발전 과정에 맞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AI의 다음 테마가 양자컴퓨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시장 참여자 누구나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유엔은 2025년을 ‘세계 양자 기술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죠. 그러나 실제 양자컴퓨터가 수익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AI가 걸어왔던 길처럼 말이죠. 이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선두에 설지, 내가 투자한 기업의 양자컴퓨팅 기술은 혁신이 될지, 결국 무위에 그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양자 기업들의 연율화 변동성(자산의 수익률 변동성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은 약 90% 수준으로, 고위험성으로 알려진 원유나 크립토 투자도 50% 수준임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위험하다”며 “ETF를 활용한 바스켓 투자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개별 기업에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니 ETF를 적극 활용하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양자컴퓨터 ETF가 등장했습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달 17일 ‘KOSEF 미국양자컴퓨팅 ETF’를 출시했습니다. 10일 기준 아이온큐(21.25%),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10.87%), 엔비디아(7.07%), 허니웰 인터내셔널(6.90%) 등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해당 ETF는 12거래일 만에 순자산 규모가 75억원에서 1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양자컴퓨터 ETF로 알려진 티커명 ‘QTUM’이 상장돼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온다는 것은 누구나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새로운 양자 시대에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면, ETF로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