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 등 탈수초화 질환 치료할 새 기술 찾았다

가톨릭대 의대 김기표 교수,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통해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한계점 및 극복 방안 밝혀
줄기세포 분야 세계적 학술지 ‘Cell Stem Cell’에 게재
  • 등록 2021-04-22 오전 9:19:45

    수정 2021-04-22 오전 9:19:4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김기표 교수(제1저자)와 막스플랑크연구소 한스 쉘러(Hans R. Scholer, 교신저자)가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통해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한계점을 밝혀내고 극복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면역계질환인 ‘다발성경화증’과 말초신경의 염증으로 인해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증후군’ 등과 같은 탈수초화 병변의 치료제 개발에 희망이 보인다.

김 교수팀의 본 연구 논문은 ‘Cell Stem Cell’ 4월 온라인 판에 “Donor cell memory confers a metastable state of directly converted cells(직접교차분화로 생산된 세포의 준안정 상태)”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이하 한빛사)’ 에 선정됐다.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Oligodendrocyte progenitor cells)는 신경세포의 한 종류로 희소돌기아교세포로 분화한다.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생체 내에서 뉴런의 축삭을 둘러싸 수초(myelin sheath)를 형성해 정보전달을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기능을 하며, 다발성경화증, 길랑-바레증후군 등과 같은 탈수초화 신경 말단의 절연체 역할을 하는 백색질 물질인 수초의 소실에 대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탈수초화가 되면 메시지가 신경을 따라 전달되는 속도가 정상보다 느려지게 되고, 탈수초화에 의한 상처가 회복되고 재-수초형성이 일어나도 신경 말단의 반응 시간은 여전히 느린 경향을 보이게 된다. 다발성경화증,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병변이 관찰되는 질환들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생산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었으며,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또한 낮은 분화능과 시험관 내 불안정한 증식을 보여 왔다.

김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로의 세포운명전환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공여세포 ‘혈관주위세포 (pericyte)’를 찾아냈고, 그 세포에 두 가지 전사유전자 Olig2, Sox10를 과발현 시킴으로써 기존 세포운명전환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는 시험관 내에서 안정적인 증식을 보였을 뿐 아니라, 높은 효율의 분화능과 수초화를 보였다(그림1).

그림 1. 분화능과 증식능을 지닌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효율적 생산. FACS 분석을 통해서 직접교차분화 효율 확인 (왼쪽), EdU assay를 통해서 무한증식능 확인 (중간), 형광염색을 통해 분화능 확인 (오른쪽).


그러나, 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탈수초화 질환모델 실험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뇌의 모세혈관에 안착 후 교차분화 전 형태인 혈관주위세포로 세포운명이 재전환 되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그림2).

그림 2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이식시 혈관주위세포로의 세포운명 재 전환.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mCherry) 탈수초화 마우스 뇌에 이식 시 뇌의 모세혈관 (CD31)으로 회귀하여 혈관주위세포로 (DESMIN) 재 전환 되었음.
이에 유전체를 재분석한 김 교수팀은 직접교차분화를 통해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에 존재하는 상당량의 공여세포 유전체(transcriptome) 메모리 때문에 혈관주위세포로 세포운명이 재전환 됐음을 밝혔다(그림3). 또한 후성유전체(epigenome) 분석 결과, 공여세포 유전체 메모리는 세포운명전환 과정 중에 남아 있던 후성유전체 메모리에 의해 생겨났음을 확인했다.

그림 3. 공여세포의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에 기인한 혈관주위세포로 재 전환. 유전체 분석 결과 직접교차분화로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에 상당량의 공여세포 유전체 메모리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 후성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공여세포 유전체 메모리가 후성유전체 메모리에 의해서 유래되었음을 확인.
때문에,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에서 기인한 생체 내 세포운명의 재전환을 막고자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분화를 미리 유도한 뒤 탈수초화 질환 모델 실험쥐의 뇌에 이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실험쥐의 뇌에서 수초화가 진행됐고(그림4), 직접교차분화 방법을 통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가 생산됐을 시 생겨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림 4.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생체내에서 수초화.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mCherry) 시험관 내에서 분화를 유도한 뒤 탈수초화 질환모델 마우스 뇌에 이식을 하였고, 그 결과 수초화 (MBP)를 관찰할 수 있었음.
김기표 교수는 “직접교차분화를 이용한 치료목적의 세포 생산은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준안정성(metastable)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며 “직접교차분화세포의 안정성을 위해 공여세포의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후 혈관주위세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공여세포를 사용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생산에 대한 계획도 전했다.

한편 김기표 교수팀은 본 기술과 관련한 연구 논문을 지난 2014년 ‘Cell’ 온라인 판에 발표하며 직접교차분화로 생산된 대식세포(macrophage)와 간세포(hepatocyte)가 준안정성 상태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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