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듯하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지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꼭 잡았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손을 서서히 놓고 있다.
| ▲ 당선이 유력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사진 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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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을 인용, 메르켈 총리가 오는 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끝난 이후 하루 안에 당선자와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뜻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각종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독일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양대 축인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을 하루빨리 만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르켈의 속내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메르켈은 유럽 재정위기 해법 마련 등에 있어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는 두 사람의 친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메르켈은 사르코지의 선거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힐 정도로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는 결선투표에서 올랑드에 패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메르켈로선 실리적인 측면에서 사르코지 보다 올랑드와 손을 잡는 게 유리해진 것.
게다가 최근 사르코지의 태도 변화도 메르켈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르코지는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우뚝 선 독일의 경제정책 등을 높이 평가하며 이른바 독일 따라 하기식의 경제 공약을 내걸었다가 프랑스 국민의 반발을 샀다. 이에 근래 들어서는 오히려 메르켈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메르켈로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다.
|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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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메르켈은 이제 사르코지보다 올랑드 껴안기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며, 대선 당선자와의 신속한 만남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17년 만에 좌파 대통령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올랑드는 대통령 당선 시 앞서 메르켈과 사르코지 주도하에 합의된 EU 신(新)재정협약에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수정 방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 전역이 시행 중인 긴축정책도 재고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메르켈은 그간 노선을 달리했던 올랑드가 집권할 경우 발생할 각종 변수를 최소화하고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랑드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