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이용성 이수빈 기자] 천장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빌 장식이 달렸고 ‘하하호호 웃어요’라고 적힌 큰 간판이 반겨주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제1투표소.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로 낙점된 이곳 어린이집으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1층 실내놀이실은 평소 가득 차 있던 장난감은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이날만큼은 어엿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로 변신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 어린이집에 마련된 마장동 제1투표소(사진=이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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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윤모(53)씨는 “집 근처에서 투표할 수 있어서 아주 편하다”며 “계단을 오르내릴 것도 없고 주변이 복잡하지도 않아 투표소로 아주 잘 설치해놨다”고 말했다. 마장동 제1투표소 관계자는 “주민센터에는 3층에 투표소를 마련해야 하는 데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이동이 힘들거 같아 접근성이 좋은 어린이집을 투표소로 정해서 편하게 투표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전국 1만4465곳 투표소에서 6·1 지방선거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 투표소 몇몇은 어린이집, 안경점, 카페, 자동차 전시장, 배드민턴장, 장난감 대여점 등 이색적인 장소에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보통 학교나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기존 투표소와는 분위기가 색다른 모습을 연출했는데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익숙한 곳이어서 더욱 친숙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이색적인 공간에 투표소가 마련된 것은 유권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깝고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에서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투표소 선정은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가 하는데 주민 접근성과 시설 규모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위해 될 수 있으면 1층으로 정하고 부득이 2층 이상의 장소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찾는다. 투표소로 장소를 제공하는 민간 시설에 선관위는 일정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 마련된 구의제2동 제4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용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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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카페는 이날만큼은 영업을 접고, 투표소로 탈바꿈했다. 카페 입구에서부터 유권자들은 “여기가 투표 장소가 맞나”라고 신기한 듯 재차 물어봤으며, 투표관리원들은 “투표소가 맞다”고 안내했다.
구의제2동 제4투표소가 마련된 한 카페 입구에는 ‘지방선거투표소로 지정되어 5월 30일부터 1일까지 휴무입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카페는 협소한 공간에도 기표소 6개가 기역(ㄱ) 모양으로 알차게 배치돼있었다. B(63)씨는 “인근에 사는데 얼마 전까지 카페였는데 진짜 투표소가 맞는지 신기했다”며 “이렇게 동네 곳곳에 투표 장소를 만들어 놓으면 투표율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모(81)씨도 “집 가까운데 이렇게 투표소를 꾸린 게 편하고 좋다”고 전했다.
‘점포정리’, ‘마진포기 SALE’, ‘지금까지 이런 할인은 없었다’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는 동네 안경점에서도 투표가 이뤄졌다. 광진구 화양동 제5투표소가 마련된 안경점에서 투표를 한 A(56)씨는 “주민에게 익숙한 공간이라 투표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1일 서울 광진구 기아 대리점에 마련된 능동 제3투표소와 쉐보레 대리점에 마련된 군자동 제2투표소(사진=이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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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리점도 단골 투표소로 꼽힌다. 자동차 여러 대가 전시된 판매점이라 널찍한 공간과 쾌적한 환경에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광진구 능동 제3투표소가 마련된
기아(000270) 전시장에서 투표한 김모(41)씨는 “자동차 대리점 투표소는 골목이 아니라 큰 도로변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 투표하러 오기 편한 편”이라며 “내부가 쾌적해 좋다”고 말했다. 인근 군자동 제2투표소에 마련된 쉐보레 전시장에도 주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네 주민의 체력단련장인 배드민턴장도 투표소로 활약했다. 서대문구 홍제3동 제3투표소로 마련된 배트민턴장은 워낙 넓다 보니 코트 반쪽만 사용해도 충분했다. 마포구 장난감대여점에도 투표소가 마련됐는데 길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 매번 선거 때마다 투표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모(60)씨는 “주민과 가까운 곳에 투표소가 있어 좋다”며 “자주 들리는 곳이라 익숙하다”고 전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배드민턴장에 마련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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