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진데다, 보험사들의 틈새상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펫보험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천국인 미국에서는 일반보험 가입자에게 펫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아이디어상품까지 나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인슈어테크 회사인 레모네이드(Lemonade)는 지난달 주택 및 임차인보험과 연계한 펫보험을 출시하면서 반려동물보험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레모네이드는 보험과 IT기술을 접목한 인슈어테크 회사로 지난 2015년에 설립됐다. 현재 28개 주에서 온라인 주택보험과 임차인보험을 주력으로 보험영업을 하고 있다.
레모네이드의 펫보험은 ‘저렴하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미국의 주택 및 임차인보험 계약자의 70%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음에도 ‘보험료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가입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미국 내 대형보험사도 펫보험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2위 생명보험회사 메트라이프(Metlife)는 지난 1월 반려동물보험회사 펫퍼스트(PetFirst)를 인수했다. 저금리ㆍ저성장 등으로 생명보험 상품의 판매부진이 지속되자,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다.
메트라이프는 현재 판매 중인 단체건강보험에 반려동물보험을 선택사항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자녀가 없는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수요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트라이프는 수많은 기업에 단체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반려동물보험을 기존 계약자에게 제공할 경우 단기에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보험사들은 펫보험 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미국 펫보험 수입보험료 규모는 지난해 기준 1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증가했다. 지난 2015년(6억9000만 달러)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펫보험 가입률은 1~2%에 수준이다.
국내도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7년 처음 출시된 펫보험은 높은 손해율 등으로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2018년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신상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펫보험 원수보험료는 112억5000만원으로 2017년 9억8400만원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판매 건수도 2017년과 견줘 1만9000여건 늘어난 2만2220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국내 펫보험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마리를 넘어섰으나, 보험가입률은 0.1% 수준으로 낮다. 특히 동물병원에 대한 진료 표준화 등이 이뤄질 경우 펫보험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진전되면서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