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한 의사가 수술… 대학 바깥까지 번진 ‘마약 동아리’[사사건건]

의사·기업 임원 연루…檢 “투약 후 수술·운전도”
상장사 임원은 소환 요구 후 해외 도피 시도
관련 의사는 구속해 의료 현장에서 격리
  • 등록 2024-09-28 오전 8:30:00

    수정 2024-09-28 오전 8:3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수도권 명문대생 중심 연합 동아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마약 사건이 대학가 바깥 일반인에게까지 번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동아리 회장에게 마약을 구매한 의사는 투약 당일 수술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약과 유통을 주도한 임원 2명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의사·기업 임원 연루…檢 “투약 후 수술·운전도”

범행 구조도(자료=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지난 26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형병원 의사 A씨와 코스닥 상장사 임원 B씨를 구속 기소하고, C씨 등 수도권 대학생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투약 사실을 자백한 회사원 D씨의 경우 초범이고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해 사법치료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했습니다. 앞서 이미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동아리 회장 염모(31)씨와 동아리 임원 2명도 추가 기소했습니다.

수도권 13개 대학 재학생이 가입한 해당 연합동아리는 고급 풀파티·외제차·호텔 등을 무료로 저가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한 뒤, 회장 염씨가 웃돈을 받고 회원에게 마약을 되판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검찰은 지난 8월 염씨 등을 기소한 뒤 동아리 회원이 아닌 직장인과 수도권 소재 명문대 재학생 등에게도 마약이 전달된 정황을 파악해 추가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염씨는 마약의 환각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특정 영상을 공유했는데, 공유대상자 중 대형병원 의사인 A씨가 포함됐습니다.

상장사 임원은 소환 요구 후 해외 도피 시도

(자료=남부지검)
검찰에 따르면 30대 중반이 A씨는 서울 소재 상급 종합병원 임상강사(전문의 중 병원에서 추가 수련을 받는 의사)로 마약류 진통제 처방을 수반하는 수술을 직접 집도했습니다. 그는 마약을 사기 위해 새벽에 30㎞를 운전해 염씨의 집 근처를 방문했습니다. 이후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 뒤 주거지에 먀약을 보관하며 약 한 달간 3회에 걸쳐 마약을 투약했습니다. 투약 당일 병원에 출근해 환자 7명을 수술하기도 했습니다.

B씨는 미국대학 출신의 40대 중반 남성으로 코스닥 상장사 임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2020년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는데 집유 기간 중 재범했습니다. 대학생 C씨는 동아리 회원이 아닌데도 염씨로부터 마약을 받아 투약했습니다. 염씨가 구속돼 마약을 구할 길이 없어지자 B씨 소개를 받아 함께 서울 소재 호텔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직접 필로폰을 투약했습니다. 투약 직후 두 사람은 서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13㎞ 구간을 고급 외제 차로 운전했습니다.

검찰은 A씨의 의사 면허가 취소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업무방해죄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는지 파악할 방침입니다. 검찰 소환요구를 받은 B씨는 미국 출장을 명문으로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 출국금지 조치로 실패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연합동아리를 통해 유통된 마약이 대학가를 넘어 사회 전반에 퍼진 범행의 전모가 확인됐다”며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마약 투약과 유통을 주도한 임원 2명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장성훈)는 지난 25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염씨와 동아리 임원 이모(25)씨와 홍모(26)씨의 첫 재판을 열었습니다. 이날 이씨와 홍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염씨는 함께 적용된 무고 혐의를 부인하고, 마약류 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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