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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홍길동전’의 얘기가 아니다. 한·일 합작으로 만든 ‘뮤직박스’는 유명 노래를 활용한 주크박스 창작뮤지컬임에도 한동안 원곡자 및 노래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4일 서울서 정식 공연을 하루 앞두고 낸 홍보자료에도 노래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보통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사는 초반부터 사전 홍보를 위해 원곡자를 공개한다. 이슈몰이를 위해서다. 노래의 유명세를 활용하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날들’(가수 김광석), ‘광화문 연가’(작곡가 이영훈) 등이 공연 전 관심을 끌었던 것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뿌리인 가수가 먼저 공개돼 관객들의 기대를 샀기 때문이다. 해외작품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뮤직박스’ 제작사는 반대의 길을 갔다. 되레 가수 정보 공개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공개한 거라곤 ‘음악: 아뮤즈’가 전부였다. 아뮤즈는 후쿠야마 마사하루·퍼퓸 등 일본 인기가수가 속한 유명 기획사다. 하지만 기획사 이름만 공개하고 정작 어떤 가수의 노래가 사용됐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제작사는 왜 서던올스타즈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걸까.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아뮤즈는 ‘뮤직박스’ 투자사로 참여했지만 소속 가수 브랜드를 활용한 작품 홍보에는 부정적이었다. 일본기획사는 소속 가수의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뮤직박스’가 작품성 검증이 안 된 창작뮤지컬이라 행여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서던올스타즈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회사 투자와 별개로 소속 그룹 이름 공개를 매우 조심스러워했던 거다.
하광석 음악감독은 “서던올스타즈가 워낙 유명한 밴드라 편곡이 조심스러웠다”면서도 “극에 맞게 조성을 바꾸고 편곡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직박스’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장난감 디자이너와 짜인 틀 안에 사는 아이돌 여가수가 서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이다. 김수용·정원영·윤초원·김수연 등이 출연한다. 9월 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