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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손의연 기자] 지난 4월 국회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벌어진 충돌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수사의 핵심인 의원들은 여전히 경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관련 수사는 어려운 형국이다.
패스트트랙 수사, 한국당 관계자 첫 소환 조사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9일 한국당 당원인 김준교 전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으로 한국당 관계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김 전 후보가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분석을 통해 국회의원 뿐 아니라 당원, 비서관, 보좌관 등에게도 출석 요구를 하고 있다”라며 “김 전 후보에 대한 자세한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일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 국회 회의를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김준교 전 후보와 함께 권성동, 이종배, 김진태 등 자유한국당 의원 18명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번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사건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점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 충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 충돌 등 크게 4개로 나눠 수사 중이다.
황교안·나경원, 패스트트랙 수사 ‘불응’
한국당 관계자가 경찰 조사를 처음으로 받았지만 여전히 한국당 의원은 한 사람도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주민·표창원 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여권 의원들이 줄줄이 출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3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 55명을 고발했고, 한국당도 3차례에 결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48명을 고발했다. 경찰의 수사 대상자는 총 108명이다
해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는 충돌 당시 영상을 확보해 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는 대로 소환 통보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 출석을 요구 받은 의원은 여야 의원 총 97명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수사의 순서로 보면 국회의장부터 소환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 소환이 매우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에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소환에 응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에 속히 경찰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폭력사태에 대한 경찰조사도 불응하며 장외로 나갈 생각만 하려는 것은 공당의 자세로 볼 수 없다”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장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우리 당차원에서는 경찰 조사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라며 “의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당론에 따르는 것이 상궤라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방법을 두고 여전히 고심 중이다.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도 거론되고 있지만 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을 고려할 때 이를 동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