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당선인은 반드시 내건 공약을 지켜줬으면 한다.”
지역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전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18세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딸과 함께 투표소를 향하는가 하면 신생아를 품에 안고 온 신혼부부도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고 투표소를 찾았다. 생애 첫 참정권을 행사한 만 18세 고교생 유권자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 6·1 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보훈복지타운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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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이 다수 거주해 고령자가 많은 수원 보훈복지타운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올해 100세인 정순채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와 30여 분간 줄을 선 뒤 투표했다. 1923년생인 정 할머니는 “국민으로서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도 빠짐없이 투표를 해왔다”며 “이번에 당선되는 후보들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의 최고령 어르신인 119세 이용금 할머니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1904년생 이 할머니는 딸과 함께 지팡이를 짚고 청산면 팔음산마을회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를 찾아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뒤 7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귀가했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김서희 양은 부모님과 함께 투표장을 찾아 생애 첫 참정권을 행사했다. 김 양은 “이번에 투표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막중했다”며 “고 3이다 보니 후보 모두의 공약을 살펴보지는 못했는데 부모님과 주요 후보들의 공약 등에 대해 관심 있게 비교했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제3동 제6투표소에서는 신생아와 함께 온 부부도 눈에 띄었다. 이 부부는 “아무래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서 공약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며 “교통과 교육, 편의시설 등을 잘 챙겨 추진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이 당선 이후에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 제8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일인 1일 오전 충남 논산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이 연산초등학교에서 투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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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여러 장이다 보니 이를 받고 기표소를 두 차례나 들어가는 경험에 낯설어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지동행정복지센터를 찾은 30대 윤 모 씨는 “투표지를 4장씩 두 번 받고 기표소도 두 번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낯설기도 하고 기표지도 많아서 제대로 기표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선 때와 비교해 선거를 낯설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 수성구 한 투표소를 찾은 60대 석 모 씨는 “기초의원 이름은커녕 교육감 후보들도 잘 모르겠더라”며 “누굴 뽑아야 할지 몰라 투표용지를 받고 평소 관심이 있던 당과 성향에 따라 기표했다”고 언급했다.
최북단 서해5도는 역대 선거에서 늘 그랬듯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뜨거운 투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옹진군 투표소는 백령도·연평도·북도·대청도·덕적도 등 7개 섬에 25곳이 마련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선거인 1만8895명 중 2856명이 투표를 마친 옹진군 투표율은 15.1%로, 인천 전체 평균 투표율 8%의 2배에 가깝다. 옹진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인천 지역에서 옹진군의 투표율은 늘 높은 편이어서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며 “굴업도나 지도에 거주하는 주민 90명은 우편으로 표를 행사하는 거소투표 대상”이라고 말했다.
|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인 1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 주민복합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이 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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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경찰서는 해상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경비함정 4척을 동원해 옹진군 섬 12곳의 투표함 15개를 직접 수송하기로 했다. 기상악화 등을 고려해 옹진군 선관위와 사전 협의를 거쳐 각 섬에서 대기하다가 날씨 상태가 좋을 때 투표함을 옮긴다. 국토 최남단 섬인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유권자 일부는 여객선 편으로 모슬포항으로 나와 대정여고에 마련된 대정읍 제8투표소에서 투표할 예정이다. 마라도를 제외한 비양도와 추자도, 우도, 가파도 등 다른 제주의 부속 도서에는 섬 안에 투표소가 마련돼 있다. 투표함은 정기여객선과 제주도청 어업지도선을 통해 제주 본섬으로 옮겨진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해물탕 식당에 마련된 주안4동 제3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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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파주시 대성동 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은 농번기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투표소를 찾았다. 연천군의 유일한 민통선 마을인 중면 횡산리 주민은 민통선 밖으로 나와 중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일부 지역에선 투표용지 매수 혼란과 부적격선거참관인이 퇴장당하는 등 헤프닝도 있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3동 제1투표소에서는 1차 투표를 마친 한 유권자가 2차 투표 직전 1차 때 투표용지를 2장밖에 못 받았다고 주장하며 투표소 관계자들에게 항의했다. 투표사무원이 3장을 정상적으로 지급했는데 투표용지가 겹쳐 있어서 2장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으나 이 유권자는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인 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우신 배드민턴체육관에 투표소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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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서 부적격 투표참관인이 나왔다 퇴장당하는가 하면 투표인에게 투표용지가 한 장 더 배부되는 일이 발생했다. 덕양구 창릉동 한 투표소에 주민자치회 위원이 국민의힘 투표참관인으로 출석했다가 퇴장당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위원은 투표참관인을 할 수 없다. 덕양구 행신2동 투표소에서는 비례시의원 투표용지가 투표인에게 1부 더 배부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선관위는 투표록에 관련 사항을 기재하고 투표를 계속 진행했다. 지난 대선처럼 자동차전시장과 식당, 배드민턴 체육관 등 이색 투표소도 등장해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한 식당에 마련된 소하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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