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여장을 한 13살 남학생에게 속아 남녀 혼숙을 시켰다가 재판에 넘겨진 60대 모텔 주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는 숙박업소에서 이성과 혼숙을 할 수 없지만 모텔 주인에게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 판결이다.
19일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텔 주인 A씨(6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시내 모텔촌 모습.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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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11월 10일 오전 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모텔에서 B군(13)과 여학생 2명을 한 객실에서 혼숙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법정에서 “B군을 여학생으로 생각해 다른 일행과 함께 숙박하도록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사 결과 당시 B군은 머리카락 길이가 비교적 짧았지만 스타킹을 신고 짧은 치마를 입는 등 여장을 한 상태였다. 호리호리한 마른 체형인데다 앳되고 이쁘장한 얼굴에 화장까지 해 얼핏 보면 성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요금을 받기 전 B군에게 “남자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B군은 높은 목소리를 내면서 “여자”라고 답하고, 일행인 다른 여학생들도 입을 모아 이에 동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에 따라 A씨가 여장한 B군에 속아 혼숙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아직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의 성별은 겉모습이나 차림새에 의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고인이 (애초) 혼숙을 허용할 생각이었다면 B군에게 ‘남자 아니냐’고 질문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B군의 체형과 얼굴 등을 보면 여장을 했을 때 성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피고인이 B군과 일행의 말에 속아 당시 이성 혼숙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에게 혼숙 허용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