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지난해 혼자 사는 청년 5명 중 4명은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지하·옥탑이나 원룸형 주택에 사는 비율도 높아 주거 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청년층에 맞춰 정책적 보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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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무조정실의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에 속하는 청년의 현재 주거 점유 형태는 월세가 52.7%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전세가 25.8%로 뒤따랐고, 자가(11.5%)의 비중이 가장 적었다. 혼자 사는 청년의 78.5%가 전·월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체 청년가구(40.5%)의 1.9배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2020년 정기적인 청년 실태조사를 의무화한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실시한 공식통계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에 속하는 청년의 비율(22.6%)은 부모와 미혼 청년이 함께 사는 청년 가구에 속하는 청년의 비율(53.3%)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직장, 학교, 학원이 멀어서’(69.7%)였다.
혼자 사는 청년의 주거 환경은 더 불안했다. 전체 청년의 현재 거주 주택 유형은 △아파트 62.8% △다가구·다세대 22.5% △오피스텔 6.6% △단독주택 5.8% 순이었지만, 1인 가구 청년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44.2%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24.1%)과 아파트(22.0%)가 뒤따랐다. 반지하·지하·옥탑에 사는 경우와 원룸형 여부도 각각 2.0%, 56.8%로 전체 청년가구(0.8%·14%)에 비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간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약 30.0%로 중장년층(5.6%)에 비해 24.4%포인트나 높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세 가격이 뛰어올랐고, 임차 비중 높은 청년층 부채가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중심으로 급증했다. 생계나 학업을 이유로 혼자 살아야 하는 청년들의 월세와 주거관리비 부담은 대폭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금리가 올라 전세가격과 집값이 동시에 하락하자 전세사기 등 전세보증금 반환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청년층의 41.0%는 현재 가장 필요한 주거정책으로 구입자금대출을 꼽았다. 1인 가구 청년도 구입자금대출(31.8%)이 가장 높았으나 전세자금대출(27.4%)과 주거비 지원(23.6%)을 원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특화된 주거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근로기간이 길게 남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돌려막기’ 등으로 채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