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회사와 노조 양측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지난달 28일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이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3개 차선을 막은 채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대대적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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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자동차 및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생산직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을 고려했을 때 1인당 임금 손실 금액은 약 500만~6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최대 사업장인 충남 서산 지곡공장에서 지난달 8~10일 부분 파업에 이어 11일부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한 달 가까이 핵심 공장이 멈춰선 것이다. 회사가 상법에 명시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향후에도 이를 보전할 방법이 없는 만큼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성이나 완성차만 봐도 파업해서 임금 손실을 보전해 준 사례가 없다” “10월에도, 11월에도 임금 손실이 이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취지의 글이 대거 게재됐다.
| 지난달 28일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이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벌이면서 차량들이 남은 1개 차선으로 시위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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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생산 물량에 대한 불안감까지 제기됐다. 지곡공장은 연간 완성차 400만여대 분량의 6·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IVT) 등 차량 파워트레인(구동계) 관련 주요 부품을 생산한다. 올 상반기에는 196만대에 달하는 분량을 국내 완성차 기업에 공급했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로 인해 수십만 대 규모의 변속기를 완성차에 납품하지 못하면서, 해당 기업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한 직원은 “완성차(현대차·기아) 측에서 신규 변속기 라인을 확보하겠다고 하고, 파업 중인 지금도 완성차 공장 내 변속기 생산라인을 돌려 (완성차) 물량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노사는 성과급 규모를 놓고 가장 크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약 11조7000억원)의 2%인 약 234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영업이익인 117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넘기는 성과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났다”고 했다.
| 지난달 28일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이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3개 차선을 막은 채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대대적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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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파업 장기화로 인한 근로자 및 조합원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노조가 이에 대응할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면서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등을 보전하는 사례가 없으므로 실리를 따질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상법을 비롯해 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기업의 법 준수의식도 높아져 과거처럼 노조와 회사 간 이면 합의 등을 통해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해 주는 사례가 없다”며 “만약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보전을 해 준다면 노동법 위반은 물론 법인에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 것이기에 업무상 배임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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