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는 그래서 언제하나요? [검찰 왜그래]

계좌 6개 289번 악용됐는데…주가조작 정말 몰랐을까
사건 주범 줄줄이 재판행…김건희 소환은 ‘감감무소식’
‘살아있는 권력’에 약했던 검찰…윤석열 콧털 뽑을까
  • 등록 2023-01-28 오후 3:33:33

    수정 2023-01-28 오후 3:33:33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당수가 불명예스럽게 포토라인에 서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화가 나도 아주 단단히 났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죄를 들추는 데만 혈안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손을 놨다며 뒷목을 잡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당장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계좌 6개가 289번 악용됐는데…주가조작 정말 몰랐을까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 2009년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들과 작당하고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습니다.

문제는 권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 6개를 289번에 걸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김 여사는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을까요?

김 여사 측은 자칭 금융전문가 이씨에게 계좌를 넘기고 주식거래를 맡긴 사이에 계좌가 악용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이씨의 실적이 시원치 않아 4개월만에 관계를 끊었다고 합니다. 금융전문가에게 재산을 불려달라며 계좌를 맡긴 것은 죄가 될 수 없고, 맡긴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실을 몰랐다면 공범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는 이씨와 관계를 끊었다던 2010년 5월 이후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여러차례 거래하고, 권 회장과도 지속적으로 증권을 거래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우연히 주가조작 사건에 엮였다고 보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또 주가조작에 가담한 회사의 PC에서 김 여사의 계좌 내역을 정리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됩니다. 이 파일은 이씨와 관계를 끊은 뒤인 2011년 1월에 만들어졌고 하필이면 권 회장 세력이 한창 주가를 조작하던 시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단이 건드린 다른 종목 주식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쩌다 1번은 주가조작 세력과 엮일 수도 있다고 쳐도 반복적으로 엮이는 건 의구심을 자아냅니다.

검찰은 해를 넘기는 수사 끝에 권 회장 등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는 아직 1차례도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금도 수사는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범들에 대한 재판 상황을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공범으로 분류되는 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김 여사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확정 지은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수사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은 열어 놓은 것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약했던 검찰…잠자는 윤석열의 ‘콧털’ 뽑을까

그런데도 여론과 야권은 검찰이 김 여사를 봐주려 한다는 의심을 좀처럼 거두지 못합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사건을 흐지부지 넘긴 사례가 과거부터 꾸준했던 탓입니다.

대통령은 검사 개개인을 직접 임명하거나 쳐내지는 않지만,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 인사에 입김을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승진과 출세에 민감한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에 밉보이는 수사를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김 여사에게 수사의 칼날을 겨눈다는 것은 잠자던 윤 대통령의 콧털을 뽑고 따귀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4년 넘게 남아 있고 그동안 검찰 인사는 적어도 5번 넘게 단행될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을 진노케 한 검사가 5번의 ‘인사 태풍’ 속에서 생존하기는 영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윤석열 정권은 지난해 첫 검찰 인사에서 ‘반(反)윤석열’ 성향으로 찍힌 검사들을 모조리 지방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살벌한 풍경을 보여준 적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요즘 ‘이정근 취업청탁 의혹’, ‘노웅래 의원 뇌물수수 의혹’ 등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를 수사하느라 무척 바쁩니다. 그만큼 주가조작 사건엔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우려가 흘러나오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있음·없음’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파장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국민, 국회, 대통령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럴듯한 수사 결과를 내놓고 끝없는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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