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가 2500선을 넘어 2600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동안의 상승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은 이미 호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진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ADR(특정기간 동안 상승종목 합계를 하락종목 합계로 나눠 백분율한 값)은 하락하고 있다”며 “다른 기술적 지표들도 코스피 고점 돌파에도 불구하고 전고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하락 다이버전스(불일치) 가능성이 높은데, 시장의 상승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11월초 이후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상승과정에서 주도주가 시장을 이끌어가기보단 업종별 순환매가 지속되며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이라며 “11월 이후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백신과 바이든 당선 기대에 제약·바이오, 화학, IT가전이 강세를 보인 것 외엔 코로나19이후 회복 국면에서 소외된 업종들의 급반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승 탄력이 저하되고 있는 이유로는 백신 기대감의 선반영과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들의 부진 전망 등이 꼽힌다. 백신의 경우 11월 중순까지 코로나19 백신 효능 서프라이즈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한 긍정의 반응을 보여왔으나, 지난주부터 백신 효능과 개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큰 상승은 없었다. 11월 마지막 주부터는 미국과 유럽의 봉쇄조치 강화로 여러 가지 경제 지표의 부진이 예상된다. 유럽은 봉쇄조치 강화로 이동성지수가 10월말 -13%에서 현재 -57%까지 하락했다.
이밖에 미국의 5차 경기부양책의 후퇴 조짐도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로 분석된다. 미국 재무부는 코로나19 대응 비상 대출 프로그램 시행을 종료했는데, 이는 전염병 재확산 국면에서 안전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상승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다”며 “업종별 순환매에 있어 아직 오르지 못한 업종은 유틸리티와 통신, 비철·목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