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미국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한 가운데 이런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알렉산더 트레버스 JP모건 전무이사는 “미중 간 갈등의 의도치 않은 결과 중 하나는 중국이 모든 산업에서 기술 자립을 갈망하는 결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제조업 기지였지만 이제 진정한 기술 혁신가들이 있다”며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은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대한 기술 자립을 위해 반도체 산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중국이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 역시 미국의 수출 통제가 자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국제 무역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과학기술 패권주의는 중국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 의지와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 기업이 수동적으로 양보한 시장은 반드시 다른 나라 기업이 선점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이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 판매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이 슈퍼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유지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라면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통제한다.
|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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