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한국의 ‘스타인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 등록 2018-10-05 오전 8:00:27

    수정 2018-10-05 오전 8:09:56

커뮤니티 ‘열정에 기름붓기’에서 ‘크리에이터 클럽’까지 표시형·이재선 공동대표 “두근거리는 일상 만들고 싶어”

크리에이터 클럽 이재선(왼쪽) 표시형(오른쪽) 공동대표 (사진=스냅타임)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매일 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우리의 삶, 경험, 생각을 나누는 비밀공간. 크리에이터 클럽은 일상에 영감이 생기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세상은 바삐 돌아간다. 쳇바퀴 도는 바쁜 생활에서 만나던 사람과의 비슷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 관계 속에 지쳐 이른바 ‘관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남의 장을 만든 스타트업이 있다. 커뮤니티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크클)이 그곳이다.

지친 ‘2030세대’를 응원하는 짧은 글과 동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제작소 ‘열정에 기름붓기’로 시작한 표시형·이재선 공동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에 ‘크클’을 세워 경계를 넘나드는 진짜 소통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두 대표를 스냅타임이 서울 마포구 망원동점에서 만났다.

크리에이터 클럽 전경 (사진=크리에이터 클럽)


“내 삶의 얘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곳”

조금은 낯설고 생경할 수 있는 ‘크클’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취미 생활도 공유하는 곳이다. 유럽의 ‘소셜 살롱’에서 착안했다.

표·이 공동대표는 “크클은 피카소와 ‘위대한 게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가 젊었을 적 교류했던 프랑스 파리의 ‘스타인 살롱’에서 착안했다”며 “계급과 직업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대화하는 살롱 문화를 우리나라에서도 구현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세계는 넓어졌지만 진짜 세계는 오히려 닫히고 좁아졌다”며 “경계를 넘나드는 진짜 소통을 할 때 개인도 사회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고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크클’은 한 달에 두 번 10여 명의 팀멤버가 ‘거실’이라 불리는 장소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두 공동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에 거실 같이 편안한 대화의 공간이 사라졌다”며 “자신의 생각과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때로는 마음 편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거실’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크클’은 자율 모임인 ‘더 모임’과 정기모임인 ‘팀 활동’으로 나눠 운영한다. 팀 활동은 2주에 한번 모이며 시즌제로 운영한다. 언제든 다른 팀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 마지막 시즌 ‘팀 활동’은 예상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마감했다. 그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거실나잇’이다. ‘거실나잇’은 ‘거실’에 모여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한다.

크리에이터 클럽 내부에 걸려 있는 문구 (사진=스냅타임)


‘열정의 기름붓기’에서 ‘크클’로

‘크클’의 시발지는 ‘열정의 기름붓기’(열기)다. ‘열기’는 2014년 1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커피숍 한편에서 출발했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선후배 사이였던 그들은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고민하다가 말 그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노트북만 든 채 여기저기 카페를 옮겨 다니며 ‘청년에게 동기부여를’이라는 콘셉트로 여러 이야기를 정리해 SNS에 올렸다. 표 대표는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20대를 바치겠다는 각오로 오직 그 일에만 올인했다”고 했다.

‘크클’ 역시 주변 지인들 10여 명과 이름없는 한 서점 한편에서 출발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는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이다.

두 대표는 “우리에겐 특출한 재능도, 오랫동안 체화한 삶의 지혜도 없었다”며 “기성세대가 구축한 틀 안에서 좌절하던 청년들을 보면서 똑같은 20대로서 좌절감을 느꼈다. 오히려 같은 처지의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클럽 활동사진 (사진=크리에이터 클럽)


“올해 말까지 망원점에 1000명 회원 목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출발하면서 두 공동대표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다.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 온갖 수익모델을 시도했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스타트업’이라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초기 1~2년 동안은 돈을 벌지 못했다.

3년이 지나면서 광고콘텐츠인 ‘네이티브 애드’(NA)형식으로 종종 돈을 벌었다. 하지만 ‘동기부여’ 콘텐츠라는 기조와 맞지 않으면 돈이 얼마가 됐든 거절했다.

두 공동대표는 “우리 독자들은 ‘동기부여’를 위해 우리 콘텐츠를 보는 건데 그게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굳건한 신념 덕분인지 콘텐츠제작으로만 연 매출 2~3억원 정도를 벌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광고로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발성으로 무인서점, 독서모임, 일기 쓰기 모임 등을 열어봤다. 여러 테스트 과정을 거친 후에 지금의 ‘크클’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표 대표는 “나와 내 주변이 필요한 것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을 만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공동 대표의 올해 목표는 망원점에 1000명 이상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두 공동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에 크리에이터 클럽을 만들어 살롱문화를 퍼트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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