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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어느덧 연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얘깃거리가 많았던 월가의 시선은 내년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요즘 월가의 화두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만 꼽자면, 연방준비제도(Fed)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아닐까 합니다. 둘은 사실상 한몸처럼 엮인 키워드인데요. 코로나19로 초토화한 실물경제를 지켜보자면, 금융시장의 안정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연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알게 됐지요. 그래서 내년 연준이 관리할 인플레이션 흐름은 금융시장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 달러화 가치, 주식 가치, 더 나아가 각종 원자재 가격까지 직접 영향을 받으니까요.
역사상 가장 낮은 미국 실질금리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AIT)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기자가 최근 올해 마지막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취재를 준비하며 자주 들었던 주제입니다. 연준이 지난 8월 처음 도입한 건데, 인플레이션을 용인한다는 정도만 설명했고 나머지는 모두 알쏭달쏭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FOMC에서도 ‘당연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AIT가 내포하는 건 두 가지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첫 번째는 일종의 ‘정책 방어용’입니다. 내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연준이 전망한 내년 PCE 인플레이션율은 1.80%입니다.
월가에서는 그보다 더 높게 보는 이들이 일부 있습니다. ‘신(新)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고 2.40%까지 보고 있고요. 모건스탠리는 내년 4월 PCE 인플레이션율을 2.40%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기저 효과만 따져도, 그런 전망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연준은 이같은 인플레이션 단기 급등, 또 명목 채권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오름세를 두고 AIT로 방어막을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정도 인플레이션은 용인하겠다”면서 말이지요. 연준은 AIT의 정의까지 따져가며 시장에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0.95%까지 올랐는데요. 연준은 한참 더 상승해도 그저 지켜만 볼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게 BEI는 이렇게 오르는데, 명목금리(미국 국채금리)는 아직 1%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건 실질금리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명목금리=실질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1.00%(지난 17일 기준)입니다. 역사상 최저입니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것이지요.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는 와중에 실질금리는 낮은 지금이 어쩌면 위기에 대응하는 연준이 그려왔던 최적의 금융 환경일 수 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BEI 상승 폭보다 확 뛰지 않는 이상 연준이 돈줄을 조이는 식의 정책을 펼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연준이 AIT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눈에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마이크 파일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가 최근 국내 뉴욕특파원단과 화상 미팅을 했는 데요. 기자는 그가 했던 여러 얘기 중 “내년 실질금리는 계속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걸 핵심으로 느꼈습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를 여러차례 했지요. 파월 의장이 이번달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 연준은 당분간 현재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겁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 주가에 긍정적”
연준이 실질금리를 주시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먼저 주식시장입니다. 파일 전략가는 “내년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위험자산 투자에 긍정적”이라며 증시 강세장을 점쳤습니다. 심지어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s·고수익 고위험 채권)을 두고서도 “추가 상승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지요. 그는 그 대신 “국채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명목금리가 추가 상승할 여력(미국 국채가격 하락)이 있다는 건데, 투자 의견 ‘축소’는 당연한 거지요. 내년 달러화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0을 하회하기 시작했는데요. 월가 일부 인사들은 이미 내년 20%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는 변수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어마어마한 재정 확대를 시사하고 있는 데요. 이때 연준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가 정부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지요. 연준의 완화 정책 유지→마이너스 실질금리→달러화 가치 하락→위험자산 선호→증시 추가 강세장의 흐름이 당분간은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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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증시의 키워드는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날 “미국 상원의 양당이 9000억달러(약 10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심야 토론 끝에 타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 측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별다른 돌발변수가 없다면 20일 부양책을 표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부양책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측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구제가 절실한 가족과 노동자, 사업장에 부양책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준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도 비상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할 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최종 타결된 건 아닙니다.
일단 증시에 긍정적입니다. 증시는 최근 양당의 부양책 협상만 주시하면서 등락을 거듭했지요. 이와 함께 바이든호(號)의 재정 지원이 신호탄을 쐈다는 점에서 연준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이번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처음 포함되는 테슬라도 관심입니다. 전거래일 테슬라는 5.96% 오른 주당 695.0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워낙 몸집이 커진 테슬라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눈여겨볼 경제지표는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에 나오는데, 이번주는 크리스마스이브여서 수요일(23일) 나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지난주(이번달 6일~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8만5000건으로 전주(86만2000건) 대비 2만3000건 증가했습니다. 9월 첫째주(89만3000건)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큰 규모입니다. 미국의 실업난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미국 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속에 지난주 역시 더 올랐을지 우려됩니다. 투자은행(IB) 스티펠의 린지 피그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추가 영업 폐쇄와 실업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맘때쯤 연휴 시즌으로 한창 들떠야 할 뉴욕시는 사실상 ‘유령도시’입니다. 전면 셧다운 카드까지 검토 중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나, 경제 정상화까지는 몇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입니다.
이번주는 크리스마스 연휴 주간인데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로 증시가 조기 폐장하고요. 25일은 크리스마스로 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