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논란거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군 내에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옵니다. 자신의 자리와 역할이 뭔지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군 수뇌부는 ‘군령권(軍令權)’과 ‘군정권(軍政權)’이란 다소 어려운 용어로 역할과 권한이 구분돼 있습니다. 군정권은 군대의 편성과 조직을 관장하는 행정권한으로 ‘양병(養兵)’ 기능을 말합니다. 인사·군수·교육 등에 대한 지휘·통제권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군령권은 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한입니다. ‘용병(用兵)’ 기능으로 말 그대로 군사 작전 관련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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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인사권도 없는 합참의장
부대 내 탄약 창고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거동 수상자가 근무 중인 경계병에 의해 발견돼 함대는 부대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했습니다. 이는 함대사령부의 경계 작전 관련 부분이기 때문에 해군작전사령관을 거쳐 합참의장에게 보고됩니다. 그러나 거동 수상자 검거에 실패한 후 부대 상황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종용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게 거짓임이 드러난 것은 군사행정 관련 부분이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 관장 사안입니다. 해군참모총장이 이를 합참의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현행 우리 군구조에서 합참의장은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등 10개 사령부와 사이버작전사령부 등 5개 합동부대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이들 부대에 대한 인사권과 군수지원, 교육훈련 등의 기능은 각 군 참모총장이 수행합니다. 합참의장은 인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참모도 자신이 선택하지 못합니다. 군인들이 합참의장의 작전 지휘를 받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인사권을 가진 참모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한 발은 용산 합참(의장)에, 다른 발은 계룡대 본부(총장)에’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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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비효율과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된바 있습니다. ‘합참의장-작전사령관’으로 돼 있는 작전지휘구조를 ‘합참의장-3군 참모총장’으로 개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합참의장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육군 중심의 통합군제 형태가 될 가능성도 커 해군과 공군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은 행정화 되고 비대해진 군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선부대 전투력을 보강하고 행정·교육부대는 축소해 작지만 강한군대를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군구조 개편을 담은 국방개혁2.0 추진 기본계획에는 상부지휘구조 관련 내용은 빠져있습니다. 총장을 보좌하기 위한 행정조직인 육·해·공군 본부 근무 장교 수는 합참 보다 3배 가량 많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개혁 역시 필요해 보이지만 딱히 그런 움직임은 없는듯 합니다.
군 내에서는 국방부 사안이니, 합참 사안이니, 육·해·공군 사안이니 하며 서로 임무와 기능을 구분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바라볼 때는 그냥 단순히 군 사안 입니다. 군정권과 군령권의 구분에 따라 발생하는 임무 중복과 모순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