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신 모 씨(29). 이번 연말정산부터 새로 도입된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다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거래은행을 찾아 지난 1년 간 월세 자동이체 내역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월세만 따로 뽑을 순 없다면서 1년 간 모든 이체거래 명세서를 건넸다. 결국, 신씨는 수십 장에 달하는 명세서에서 일일이 월세 항목을 고르고, 나머지 부분은 모자이크로 처리한 뒤에야 연말정산을 끝낼 수 있었다.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연말정산 소득공제 대상에 새롭게 월세가 포함됐지만, 지급증명서를 발급하는 은행들의 준비가 미흡해 큰 불편을 낳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주민등록등본과 임대계약증서를 비롯해 집주인에게 월세를 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계좌이체나 인터넷뱅킹으로 월세를 냈다면 현금영수증이나 무통장입금증, 계좌이체영수증 등을 증명서류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이체는 실물 영수증이 남아 있지 않아 통장사본이나 은행 홈페이지에서 이체거래 내역 확인서를 뽑아야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월세 납부 내용만 따로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한 해 동안 전체 이체거래 명세서를 뽑아 일일이 월세 항목을 골라내야 한다. 이체거래가 잦을수록 수고는 더 많아진다.
시중은행 영업부 관계자는 “어떤 목적으로 매월 자동이체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전산에서 특정 항목만 따로 뽑아내기도 쉽지 않다”며 “월세 소득공제로 자동이체 증명서를 뽑으러 왔다가 황당해하는 고객들이 하루에도 몇 분씩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월세 자동이체 증명서류에 대해 은행권에 별도의 지침을 내리진 않았다”면서 “먼저 은행들이 해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