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주머니]재격돌한 카뱅-캐뱅, 무기가 달랐다

속도와 편의성 선택한 카뱅, 금융에 카카오 DNA 이식
안전성 선택한 케뱅, 신용대출 상품 재출시로 재기 노려
  • 등록 2020-07-16 오전 6:11:00

    수정 2020-07-16 오전 6:11: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신용대출 서비스를 재개했다. 포문은 공격적이었다. 최저 연 2.08%의 금리를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보다 0.6%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공격적으로 낮춘 금리에 이용자들이 몰렸다.

지난 13일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서비스가 재개되자 1시간(오전 10시 ~ 오전 11시)동안 앱 구동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벌어졌다. 대출 신청자의 신용평가를 위한 정보를 신용평가사 서버에서 일일이 받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다행히 서버가 다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케이뱅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같은 인터넷은행이지만, 앱의 구동방식이 서로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네이티브앱’ 방식을, 케이뱅크는 ‘하이브리드앱’ 방식을 쓴다. 서로 다른 무기로 경쟁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앱 화면
네이티브앱은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철저히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맞춰 개발된 앱이다. 아이폰용 앱과 안드로이드폰 용 앱이 따로 개발된다.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직접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다.

네이티브앱의 장점은 앱 자체에 이미지나 오디오 등의 데이터가 이미 내장돼 있다는 점이다. 앱 구동에 필요한 기본 요소가 스마트폰 안에 갖춰져 있어 실행 속도가 빠르다. 앱이 차지하는 용량은 불가피하게 커지지만 그만큼 화려한 그래픽이나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한테 앱에서 직접 보내는 메시지인 ‘푸쉬’도 쓸 수 있다. iOS, 안드로이드에 내장돼 사용되다 보니 사용자 모바일에 저장된 주소록이나 캘린더, 메모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하이브리드앱은 네이티브앱과 웹앱의 중간 형태의 앱이다. 스마트폰에 별도로 다운을 받아 구현한다는 점에서 네이티브앱 성격이 있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웹앱을 기반으로 둔다. 웹앱은 이름에서 보듯 모바일이 아닌 웹이 기반이다. HTML 등 웹을 꾸미는 코드가 대중화된지 30년 가까이 되다보니까 안정적이다. PC와 모바일 기기 모두에서 잘 작동한다. 하이브리드앱은 기본적인 사항은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으면서도 주요 정보를 그때그때 인터넷을 이용해 서버에서 불러와야 한다는 점에서 웹앱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케이뱅크 앱 화면
하이브리드앱은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네이티브앱과 비교하면 모바일 환경에 맞춘 개성 있는 디자인 구현이 어렵고 속도도 다소 느리다는 게 단점이다. 이용자가 몰리면 서버에서 불러오는 양이 많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iOS에서 제공하는 ‘부드러운 터치’와 같은 기능을 쓰기도 어렵다.

케이뱅크의 앱은 하이브리드앱 방식이다. 케이뱅크뿐 아니라 국내 은행 대부분의 앱이 하이브리드앱이다. 안전성과 보안을 중시하는 금융업계의 특성이 반영됐다. 네이티브앱이 디자인과 사용성이 좋지만, 국내에서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한 하이브리드앱 방식을 선택했다.

국내에서 네이티브앱을 적용해 사용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가 구상되던 2016년 모였던 앱 개발자도 iOS와 안드로이드 전문 앱 개발자로 카카오 출신이었다. 모바일에서 앱을 서비스하던 개발자들이 모이다보니,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더 중요시하는 네이티브앱을 시도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앱만 다른 게 아니다. 보이는 앱 뒷단의 주 전산시스템의 운영 언어도 다르다. 케이뱅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은행들과 카드사들은 유닉스를 메인프레임과 같은 대형 컴퓨터에 쓴다. 유닉스는 현대 컴퓨터 언어의 증조할아버지 격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오픈소스로 운영되는 리눅스를 쓴다. 사용되는 서버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다.

IBM 등 대형 IT회사가 독점한 유닉스와 달리 리눅스는 무료로 쓸 수 있다. 개발에 필요한 소스도 오픈소스로 공유되고 있다. 유지비용 면에서 유닉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인터넷은행에 뛰어드는 토스가 기존의 하이브리드앱 방식을 쓸지, 아니면 카카오뱅크처럼 네이티브앱 방식으로 선택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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