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는 2008년 1월 당시 미국 3대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 주식을 20억달러 어치 매입했다. 그러나 곧바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가가 3달러 수준까지 주저앉고 결국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는 처지가 됐다. 한때 평가손실만 2조원 가까이 되면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는 단골소재가 됐다.
사실 당시 KIC만 메릴린치에 물린 것은 아니었다. 투자의 귀재라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KIC보다 1년 먼저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약 6조원의 손실을 보며 철수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KIC는 일단 버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3년 이후 주가가 10달러대로 반등하자 한때 매각을 검토했다가 원금도 못 건지고 파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자 없던 일이 됐다. 2014년에는 KIC 사장이 잘못된 투자였다며 공개 사과까지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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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년을 버틴 끝에 너무 조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을까. KIC가 주식을 처분한 뒤에도 BoA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최근 한 달 동안 7.4%가량 급등을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서너 차례 올리는 과정에서 금융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KIC가 BoA 지분 매도 시기를 조금 늦췄다면 국부를 더 늘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