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과거 기자와 만나 한 얘기다. 방위산업은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기술력이 투입된 첨단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일반 상용품 구매에 관한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불필요한 행정소송이 다수 발생한다는 설명이었다.
국가계약법 적용, ‘징벌적’ 제재 뒤따라
실제로 방위산업은 일반 물자와는 다르게 정부와 방산업체 간 협상에 의해 계약이 이뤄진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기체계의 경우 적정 가격과 연구개발 기간을 설정하기 어려워 정부와 업체는 어림잡아 사업을 진행한다. 게다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 상용품이야 정부가 아닌 다른 시장이 존재하지만 방위산업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연구개발의 특성상 개발 진행 중 요구조건과 규격 등을 끊임없이 최적화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일정 및 비용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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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준 설계대로 업체는 체계 통합만을 담당했어도 성능 미달에 따른 납기 지연 책임은 업체에 있다. 군에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에서 사고가 나면 전력화가 중단되는데, 이 책임 역시 업체 몫이다. 이같은 이유로 기존에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할 지체상금 규모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방산 특수성 반영한 계약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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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착중도금 지급 제한 등 부정당 업자 제재 관련 완화 방안이 담겨 있다. 또 지체상금과 관련해 정부(ADD)와 업체 책임을 구분하는 귀책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지체상금률 완화와 상한액을 규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성실수행 인정제’도 반영됐다.
방위산업체 한 임원은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각종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 단순 실수나 착오까지도 비리라고 처벌하는 현재의 국가계약법 아래에서는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며 “방위사업 계약의 체결과 이행, 제재 전 과정에 방위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특례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