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일명 ‘공공 리모델링’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공동주택(아파트) 리모델링 시 세대수를 늘려주고 일정 증가분을 공공임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진행하는 고밀도 공공재건축보다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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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2일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용역 입찰에 들어갔다. 이번 용역은 시의 리모델링 기본방향(2021~2025년)을 제시하는 것으로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통한 공공성 확보가 핵심이다. 예산은 4억2900만원이 배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도 세대수 증가형을 통해 일부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현재는 15% 이내에서 세대수 증가가 가능하지만 단지별 요건 등을 고려해 좀 더 세대수 증가가 가능한지, 임대주택을 도입할 수 있는 지, 비용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리모델링은 노후주택을 뼈대만 남겨둔 채 수평·수직으로 개량한다는 점에서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르다.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 층수에서 최대 3개층(14층 이하는 2개층)까지 위로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전용면적 85㎡ 아파트 1000가구가 들어선 단지를 3개층 더 수직증축한다면 가구수는 10%가 더 늘어난다.
안전성 ‘걸림돌’…수직증축 달랑 1곳
관건은 수직증축이다. 수직증축은 세대수가 늘어나 사업성이 좋지만 안전성 문제로 ‘2차 안전성 검토’ 통과가 쉽지 않다.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 한 곳뿐이다. 1992년 12월 준공한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 10여 년 만인 작년 2월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고 올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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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헐고 다시 짓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모델링 단지들은 재건축이 불가능하거나 까다롭기 때문에 정비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인데 임대주택까지 내놓으라고 하면 공공리모델링 수요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구조적으로 수직증축에도 한계가 있어서 차라리 헐고 다시 짓는 것이 낫다”고 했다.
리모델링 수요는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선책인데 공공재건축으로 유도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리모델링 활성화의 키를 쥐고 있는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 여부도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작년 8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리모델링시 내력벽 실험체 현장재하실험(내력벽)’ 용역을 끝냈지만 정부는 발표 시점을 해를 넘겼다. 앞서 국토부는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수렴한 후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자문단조차 꾸리지 못했다.
내력벽은 아파트 하중을 지탱해 구조물 기초로 전달하는 벽이다.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시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면 일명 ‘동굴형’ 형태인 2베이(bay) 평면 구조밖에 나오지 않는다. 선호 평면 구조인 3~4베이를 만들 수 없어 사업성 등이 떨어져 리모델링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은 수직증축 ‘2차안전성 검토’와 함께 내력벽 일부 철거 및 이동 등을 통해 평면을 현대화(4베이)해 사업성을 높여야 활성화할 수 있다”며 “현재 이 같은 규제 때문에 리모델링 시장도 활성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