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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무법인(로펌) 중 최초로 ESG센터를 개설한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 대표변호사 겸 ESG센터장은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시장과 돈이 먼저 움직이면서 기업들에게 ESG 경영을 하라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내 그린뉴딜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국내 기업들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회책임이나 기업 지배구조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와의 일문일답.
-ESG 경영은 어떤 의미인지.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자인데,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장의 변화라고 말하고 싶다. 기후변화 위기부터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여러 사회문제까지를 해결하고자 금융과 투자, 시장에서부터 일어난 변화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사회적책임(CSR) 등의 개념은 있었지만 기업들에겐 큰 임팩트는 없었다. 그러다 ESG가 등장했고 한국에서는 뒤늦게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과 자본시장, 투자의 관점에서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환경 보호나 사회책임,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사회적 책무가 아니라 리스크이자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게도 ESG가 그런 리스크로 느껴지고 있나.
△얼마 전 네덜란드 공적연금에서 한국전력공사에 투자했던 지분 700억원 어치를 회수했는데, 이유는 한전이 해외에서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이런 이유로 한전에 경고를 가하고 있다. 과거 CSR은 잘하는 기업만 칭찬 받고 보상 받는 것이라면 ESG는 잘 못하는 기업에게 패널티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장과 돈이 개입되면서 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에 지평 내에 인권경영팀을 만들고 기업들을 만나 인권실사를 설명했는데 다들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EU)과 유엔 등이 ESG 경영 차원에서 등급평가를 할 때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업들의 관심도 아주 커진 것 같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 인식수준은 어떤가.
-ESG 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은 뭘 바꿔야 하나.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고 개별 기업에 따라 다르다. 우선은 ESG 경영이 우리 회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부터 진단해야 한다. 진단을 통해 연관성을 찾고 무엇보다 시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며, 이후 핵심적 과제를 정하게 된다. 어떤 기업은 ESG 관련 공시나 보고서 작성 공개부터 먼저 해야할 수 있다. 이런 보고서를 공개하려면 세부적인 평가 항목이 있어야 하고 통계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후 ESG 각 단계를 나눠 실사를 통해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ESG를 도입하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들이 많다.
△국내에는 통계가 많지 않지만 해외에선 ESG 경영과 기업의 재무적 가치가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 결과가 상당수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둘이 반드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다만 기업이 돈을 잘 버는 것과 연결되는 시장이 바뀌고 있고, 고객사나 소비자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개연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최근 MSCI 보고서를 보면 ESG와 기업 재무성과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ESG와 재무성과 간에 연관성이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에는 논란은 남아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결국 ESG 경영이 재무적 성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례로 오뚜기 같은 기업은 호의적인 평판 덕에 `갓뚜기`로 불리며 기업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이제는 ESG 경영을 전사적으로 내재화해 기업 문화부터 체질을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SG 평가항목 중 노사관계나 직원존중, 하도급 협력, 지역사회 지원 등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잘하는 기업이 강해지고 튼튼해지고 경영 리스크가 적어진다는 건 당연하다.
-기후변화가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위험과 기회가 되고 있나.
-미국과 한국 등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탄소배출권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 다만 탄소배출권은 이미 국내에서 시장으로서도 확고히 자리를 잡은데다 단순한 법적, 행정적 규제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변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규제로만 여기면 안된다. 시장이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규제가 오히려 따라가는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탄소배출 규제 의무대상자가 아닌 기업들까지도 자율적으로 탄소배출권시장을 만들고 있다. 사설시장에서 이를 사고 파는 식이다. 앞으로는 기업들 간 계약관계에서도 탄소배출 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ESG 경영을 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잣대가 되는 지표는 어떤 것들인가.
△국가나 기업, 업종마다 다양하다. 국내외에 이미 여러 지표가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 성향에 따라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느냐를 정해 자체적으로 지표를 만들기도 한다. 블랙록의 경우 이사회가 백인으로만, 또는 남성으로만 구성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여성이사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국내 금융사들도 기업 내 여성 이사수에 따라 투자나 대출에 가점이나 감점을 주는 일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도 이사회 환경이나 지배구조 등에서도 여러 지표가 더 나올 것이다. 다만 특정한 지표 한 두 개로 ESG 경영을 평가할 순 없다. 비정성적 지표가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 지표를 보고 회사 측의 답변을 들은 뒤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이 먼저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과거엔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단순히 기업 실적에 따른 리스크 정도였다면 이제는 ESG가 리스크가 되고 있다. 투자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늘리지 않으면 투자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당장 돈 잘 번다고 석탄기업에 투자하면 한 순간에 다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다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마다 독자적인 인덱스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특화된 투자 기준과 메뉴얼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다. 이런 투자에서의 변화가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없나.
△ESG가 자리잡는 동안엔 시장이 자생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가 두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SG를 성급하게 제도화하거나 법적 의무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의 힘에 의한 변화가 훨씬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다. 시장의 변화가 기업 변화에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법이 너무 앞서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회계기준(IFRS)도 처음부터 가이드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시장에서 여러 기준이 경쟁하다가 50년 정도 지나 지금의 기준이 완성된 것이다. 그린뉴딜과 관련해서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협의해 녹색금융 분류를 만들어 간다고 하는데, 큰 기준 외에는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해야할 것이다. 다만 최근에 대기업들이 여러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만 원재료나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 하청업체 입장에서 발주처 압박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국가에서 이런 룰을 정해주면 하청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