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두 번 우는 천안함 생존자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 등록 2020-08-26 오전 6:00:00

    수정 2020-08-26 오전 6:00:00

지난 주말 조그만 북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전쟁기념관 카페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씨의 ‘살아남은 자의 눈물’ 북콘서트였다. 전씨를 만난 건 지난해 말 한 세미나에서였다.

전씨는 1987년생으로 천안함을 계기로 만난 부인과 세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청년 가장이다. 천안함 피격 이후 그가 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십여 년의 시간은 우리 대한민국 청년이 겪어야 할 가장 어렵고도 치열한 투쟁과도 같은 삶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고, 그 생생한 모습을 담은 책이 바로 ‘살아남은 자의 눈물’이다.

그는 택배, 대리운전, 휴대폰 영업, 자동차 판매 등을 비롯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기념품으로 얻는 수익으로 천안함 생존자는 물론, 어려운 처지의 유족과 유공자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어 더욱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 53명중 전역해 사회생활을 하는 33명은 우리 청년들이 언제든 겪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그늘 속에서 살아왔다. 대부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도 현재 단 10명만이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았고, 그나마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단 한 명만 6급, 나머지 9명은 가장 낮은 등급인 7급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은 국가가 유공자 대상을 고지하고 보훈 담당 부처에 통보하면 국가에서 심사해 유공자를 확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으려면 본인이 알아서 신청하고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행정소송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 만약 심사와 소송에 패소하면 그 비용까지 고스란히 본인이나 가족이 떠안아야 한다.

취업 지원 실태는 더욱 비참하다. 천안함 피격 직후 언론에는 생존 장병의 예우와 취업을 보장했지만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10명조차도 취업 지원은 거의 받질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필자는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에서 주관한 국회 ‘국군 권익과 보훈제도 혁신’ 포럼 발제자로 초청 받아 ‘국군 일자리 교육과 취업 지원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 6월에도 다시 한 번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 주관으로 국회 세미나를 열어 군 장병뿐만 아니라 경찰, 해양경찰, 소방관, 사회적 의인까지 포함하는 보훈제도 혁신을 주장했다.

그나마 국회 세미나 이후 국방부와 해군을 비롯한 정부에서 취업 지원을 위한 면담에 나서고 있다 하니, 비록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우리 헌법 제 32조 6항에는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우선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유공자법과 군인사법에 의하면 전투 또는 작전 관련 훈련 중 다른 군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인해 신체 장애인이 된 경우 군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다 전상이나 공상을 당한 경우 군무원을 비롯한 취업 지원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살아남은 자의 눈물’ 북콘서트에는 전씨와 함께 제2 연평해전 생존자 권기형 씨, 목함지뢰 부상자 하재헌 씨, K9 자주포 사고 부상자 이찬호 씨 등이 함께해 우리 청년장병들이 겪을 수도 있는 고통이 다시는 없도록 자신들의 경험과 조언을 전해주었다. 두 아들 모두 현역 병역의무를 마친 필자로서는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

분단국가로 준전시 상황의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연간 20여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고 또 전역한다. 우리 청년들 대부분이 수행하는 병역 의무 기간을 각자 자신의 장래를 설계하고 스펙과 직업훈련을 비롯한 자기계발을 위해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더욱 가속화되는 원격 비대면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비롯한 초연결사회 플랫폼 활용은 청년장병들의 취업과 창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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