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명량대첩' 작전회의 열렸던 '전라우수영' 모습 되찾을까

울돌목 한눈에 보이는 '전라우수영'
이순신, 임시지휘소와 숙소로 사용해
발굴조사서 옛 중심관아터 및 유물 발견
  • 등록 2020-11-16 오전 6:01:00

    수정 2020-11-16 오전 8:57:1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597년(선조 30) 9월 16일,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이끄는 13척의 배는 왜적 133척 대군을 명량대첩에서 격파했다. 10배가 넘는 수의 적선을 무찌르면서 우리 전함은 단 한 척도 부서지지 않았다.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배후에는 당시 수군의 본영인 해남 전라우수영이 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 당시 전라좌수사 및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내며 이곳을 임시 지휘소와 숙소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9일 사적 제535호 전라우수영 발굴조사에서 옛 전라우수영의 중심 관아터 진출입 시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지금껏 논밭과 건물로 둘러싸인 채 주민들에게만 관아터로 불려왔다. 2016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라우수영 정비사업의 하나로 발구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 전라우수영의 수령이 머물던 공간과 명량대첩 회의가 이뤄졌던 집무실 등의 흔적이 발견됐다. 명량대첩뿐 아니라 왜적의 침입이 많았던 조선시대 우리나라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라우수영의 복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라우수영 동헌지 남쪽 축대 모습(사진=문화재청)
전라우수영은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조선시대 전라우도 수군의 본영이다. 앞에는 물살이 빠른 명량해협이 있고 안쪽으로는 양도라는 섬이 울돌목의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외부로부터 전라우수영을 가려주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1440년(세종22년)에 처음 설치돼 1895년(고종 32년)까지 450년 이상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는 전라우도 연해지역 14관을 관할했을 만큼 군사적인 규모와 역할이 매우 컸다.

전라우수사들은 이순신을 도와 왜적에 맞섰다. 전라우수사였던 이억기(1561~1597)는 이순신과 16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이 통제사가 될 때까지 동등한 수사 입장으로 가깝게 지내며 서로 협조했다. 이억기는 1592년부터 1597년 이순신이 통제사에서 파직될 때까지 줄곧 이순신과 함께 하다 칠전량해전에서 전사했다. ‘난중일기’에는 이억기의 이름이 무려 217회나 거명 돼 이순신이 얼마나 그를 신임하고 의지했는지 단적으로 나타난다.

이억기에 이어 전라우수사를 맡은 김억추(1548~1618)는 이순신과 더불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들 둘뿐 아니라 이곳을 중심으로 장수 수십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이렇듯 임진왜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라우수영의 수사가 기거했던 안채 격의 내아 영역과 동헌 건물 일부가 확인됐다. ‘내아’와 ‘동헌’은 지방 관아의 수령이 거처하던 안채(내아)와 집무실(동헌)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며 전략을 짰을 내아 영역은 명량해협의 바다가 조망되는 능선 일부를 절개·성토해 대지를 조성한 후, 외곽으로 계단식 축대와 담장을 둘러 주요 건물의 위상을 극대화했다. 이순신 장군의 임시지휘소였을 가능성이 큰 동헌 영역은 현재 건물지 일부와 축대, 진출입로가 확인됐다. 특히 동쪽 주 출입로는 근대까지 이용했던 곳으로 명량대첩의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수많은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 위해 행차했던 곳으로 여겨진다.

건물의 연대와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수백 점의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14세기 이후 19세기까지 분청과 백자, 명문, 상평통보 등이다. 발굴을 이끌었던 정일 대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관은 “이번 발굴조사는 우수영 경관 복원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라우수영 중심 관아터에서 발견된 유물(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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